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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아닌 표를 위한 공약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나왔다”

중앙일보 2011.05.12 00:12 경제 2면 지면보기
세종시에 대해 정치·행정·경제 전문가들은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나왔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원안 고수론자들에게는 “국익은 뒷전이고 포퓰리즘에만 빠졌다”느니 “원안을 고수해 오히려 세종시 지역 주민들에게 갈 더 큰 혜택을 가로막았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수정안 쪽에도 “애초 유권자와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공을 세운 쪽은 없고 허물만 넘친다. 도대체 뭐가 잘못됐기에 세종시는 두루 상처만 안긴 것일까.


[스페셜 리포트] 세종시가 남긴 교훈

 전문가들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지적했다. 2002년 대선 때 처음 공약에 등장한 것부터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국가와 행정의 효율을 따지기보다 ‘충청표를 얻으면 대선에서 이긴다’는 생각에서 나온 공약이라는 분석이다.



 명지대 임승빈 교수(행정학)는 “정말 지역 균형발전을 생각한 것이었다면 더 낙후된 강원이나 경북 북부, 호남에 행정부처가 가는 게 맞다”며 “국민을 통합하기보다는 분열시킨 공약”이라고 평했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경영학)는 나아가 “공익 차원에서 주요 선거 때는 후보공약규제위원회를 만들어 무리한 공약을 제시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그는 “특정 지역의 민심을 자극해 그저 바람이나 일으키려는 식의 공약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정안을 만들고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려면 서로의 의견을 조정하고 절충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원안론자와 수정론자 모두 ‘도 아니면 모’ 식으로 ‘이것 아니면 저것’만을 강요했다는 얘기다.



 한성대 이창원 교수(행정학)는 “공약이나 정책을 만들 때는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하고, 각 대안별로 득실을 따진 뒤 이해 관계자의 입장을 듣고 대안을 조정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며 “그러나 세종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된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앞으로 세종시를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을 생각해 세종시에 추가 혜택을 얹어주기보다 원안 그대로를 추진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윤창현 교수는 “세종시를 더 띄우려 무리수를 두지 말고 주식 손절매를 하듯 적당한 수준으로 가자”고 했다. 단국대 가상준 교수(정치외교학)는 “법을 또다시 마련해 ‘+α(알파)’를 주기보다 공무원들에게 필요한 편의 시설을 하나하나 마련해 주면서 장기적으로 도시가 커가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시는 교훈 덩어리이자 시민·민주 사회가 성숙해가는 성장통”이라며 “앞으로 세종시가 자리 잡을 때까지 많이 우왕좌왕할 텐데,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뭐가 잘못됐는지를 새겨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화·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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