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버지의 42년 집념 … 아들 살해범 붙잡았다

중앙일보 2011.05.10 00:53 종합 12면 지면보기



1969년 미국 15세 소년 피살사건
단서 꼼꼼히 기록 … 실마리 제공



42년 전 살해된 존 매케이브의 어머니 이블린(가운데)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아들의 살해범을 체포한 경찰 당국자와 포옹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가 아버지 윌리엄 매케이브다. [데일리메일 웹사이트]











존 매케이브



1969년 9월 2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업도시 로웰의 조용한 동네에서 15세 소년의 시신이 발견됐다. 손발과 목엔 밧줄이 묶였고 눈과 입은 테이프로 봉해진 채였다. 희생자는 이날 밤 댄스 파티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한 존 매케이브였다. 테이프에서 나온 지문 덕에 쉽게 풀리는 듯했던 사건은 곧 미궁에 빠졌다. 유일한 단서였던 지문이 희미해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존의 친구를 비롯해 수십 명의 주변 인물을 조사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외아들의 죽음에 절망했던 아버지 윌리엄(83)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곤 노트를 꺼내 아들에 관한 모든 걸 적기 시작했다. 수사에 도움일 될 만한 단서는 물론이고 아들과 보낸 추억까지 꼼꼼히 기록했다. 아들의 첫 걸음마에서부터 단둘이 보낸 얼음낚시 여행과 고장 난 잔디 깎기 기계와 씨름하던 모습까지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곤 매일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수사에 진전이 있나요?” 몇 달 그러다 말겠지 했던 경찰서 직원들은 어느새 아버지의 전화를 ‘뻐꾸기 시계’처럼 여기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10년 넘게 아들의 사건을 추적해온 형사가 2009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불운이 겹쳤을 때도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달 매케이브는 42년 동안 기다려온 대답을 들었다. 범인은 어이없게도 월터 셸리(60)를 비롯해 당시 한 동네 살았던 10대 세 명이었다. 존이 자신의 여자친구와 노닥거리는 것을 본 셸리가 친구 두 명과 존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다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동안 입을 맞춰온 범인 중 한 명이 2009년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꼬리가 잡혔다. 범인 세 명은 살인과 위증 혐의로 기소돼 오는 26일 예비재판을 앞두고 있다.



 사건을 해결한 미들섹스카운티의 제러드 레온 지검장은 “아버지의 끈질긴 집념이 없었다면 조니 사건은 지금쯤 영구 미제로 골방에 처박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케이브는 지금도 기록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아마 범인은 별볼일 없는 아이 한 명을 죽였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존은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 소중했다”며 “그걸 알리기 위해 존에 대한 기억을 계속 써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아버지의 집념이 범인을 잡은 것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