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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011년 자살 ‘데자뷰’ … 금감원, 변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1.05.07 03:00 종합 6면 지면보기



예금 횡령-불법 대출 묵인·방조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 못 찾아



본지 2000년 10월 27일자 33면











2009년 10월 27일자 46면



데자뷰(dejavu).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旣視感)을 뜻한다. 3일 발생한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 김모(43)씨의 투신자살에서 이 말을 떠올리는 금융계 인사가 적지 않다. 11년 전 사건이 연상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을 뒤흔든 정현준 게이트로 어수선하던 2000년 10월, 금감원 장래찬 국장이 서울 봉천동의 한 여관에서 목을 맨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정현준 게이트는 일파만파 확대됐다.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과 동방상호신용금고 이경자 부회장이 수백억원대의 상호신용금고(옛 저축은행) 돈을 빼돌린 과정에 여권 실세와 금감원 간부 등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 사장으로부터 주식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은 장 국장은 며칠간 도피하던 중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이 당시 경찰의 발표였다. 장씨는 당시 여권 실세와 인척 사이로 정현준 게이트 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로 꼽혔다. 장씨는 유서에서 “주식을 받은 건 죽은 직장 동료의 가족을 돌보기 위한 것”이라며 “ 금감원 임직원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적었다. 장 국장은 1999년 금감원 출범부터 비은행검사1국장을 맡아 상호신용금고 업계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11년이 지났지만 금감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대주주의 불법 대출과 금융당국의 묵인·방조는 당시 사건과 꼭 닮았다”며 “금감원이 과거의 잘못에서 배운 게 없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난달에만 금감원 전·현직 간부 10여 명이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급기야 3일엔 현직 금감원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재연됐다. 물론 이번 김씨의 자살은 그가 직접적인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과거 장씨 사건과는 다르다.



최근 금감원 직원들의 연쇄 비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 각종 게이트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금감원이 이후 10여 년간 내부 개혁에 소홀했음을 보여준다.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윤용 대표는 “금감원은 남에겐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면서 정작 자기 개혁에 미흡했 다”고 지적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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