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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권력의 핵분열 … 100표 중 30~40표 이탈

중앙일보 2011.05.07 01:43 종합 4면 지면보기



주류 → 비주류, 한나라당 권력이동



6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로 황우여 의원이 당선된 후 이상득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열린 6일 국회 본청 246호. 국회 국무위원 대기실에서 머물던 이재오 특임장관이 1차투표가 끝나갈 무렵인 오후 3시쯤 투표장으로 다급히 달려왔다. 국무위원 신분임에도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다.



 그는 다시 국무위원 대기실로 갔다가 결선 투표에도 참여했다. 1차투표에서 비주류인 황우여 후보가 자신이 밀었던 안경률 후보를 64대 58표로 꺾었기 때문인지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기자들이 1차 투표에서 ‘이변’이 발생한 것에 대해 묻자 “글쎄…”라고만 한 뒤 함구했다. 이어 개표도 보지 않은 채 국회를 떠났다.



 이 장관 측은 이날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에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심까지 유죄판결을 받아 당원권이 정지된 공성진·현경병 의원까지 투표를 하게 했다. 계파 의원을 총동원했으나 황 후보는 안 후보를 눌렀다. 그것도 26표 차(90표 대 64표)라는 적지 않은 격차였다.



 이 장관과 가까운 권택기 의원은 “이제부터 한나라당은 주류와 비주류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주류가 그대로 주류가 된 게 아니라, 주류를 이탈한 세력이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주류를 만든 것”이라고 침통해했다. 4·27 재·보궐선거의 ‘분당을 패배’ 이후 원래 친이계에 속하던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 및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이탈해 친박근혜계(60명가량)와 손 잡고 당의 새 권력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의원 172명 중 100명 정도는 친이계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안 후보가 얻은 득표는 64표에 불과했다. 40표 안팎의 친이계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 실제로 1차투표에서 안 후보는 58표를 얻었으나 결선투표에선 6표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1차투표 때 이병석 후보를 밀었던 의원(33표) 대부분이 황 후보 쪽으로 투표한 것이다.



 김성식·정태근 의원 등 수도권 초·재선의원들은 2일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부터 “‘분당을 패배’ 책임을 지고 주류를 이끌어온 이재오 특임장관이 2선 후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낸 상태였다. 이들은 원내대표 후보로 나섰던 황우여·이주영 후보가 각각 원내대표·정책위의장으로 역할을 나눠 맡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비주류 반란’의 한 주역이 됐다. 이들 초·재선의원 그룹과 남경필·나경원 의원 등은 이번 경선을 계기로 ‘새로운 한나라’ 모임을 결성해 세력화에 성공한 상태다.



 친박계 의원들이 이들과 손을 잡고 황 후보에게 힘을 보탠 것은 이재오계에 ‘결정타’였다. 친박계인 허태열 의원은 “이번 경선은 당의 갈등·분란을 주도한 세력에게 책임을 묻자는 흐름이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원내권력의 이동은 다음 전당대회(안상수 대표 사퇴 후 60일 이내 개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 때 친박계는 서병수 최고위원만 턱걸이(5위)로 지도부에 입성했으나 이제는 양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새로운 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 쪽의 지원을 받는 이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승현·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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