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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레이븐, 이름만 들어도 테러범들 떤다

중앙일보 2011.05.07 01:22 종합 12면 지면보기



‘제로니모 작전’ 1등 공신





“가서 그를 잡아라.”



 지난달 29일(미국 동부시간) 리언 패네타(Leon Panetta)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에 있는 윌리엄 맥레이븐(William McRaven·55·사진) 합동특수작전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한 말이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으로부터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 사살작전을 승인받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걸어 작전 개시 명령을 전한 것이다.



 전화를 받은 맥레이븐은 몇 시간 뒤 바그람 기지를 찾은 미 하원의원 6명을 만났다. 예정된 방문이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이들에게 기지를 안내했다. 철저한 보안 유지였다.



 그리고 1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40여 분 동안 사살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맥레이븐은 바그람 기지 내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전방기지에서 작전을 지휘했다. 빈 라덴을 사살하자 그는 미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CIA 상황실에 있던 패네타에게 “잡았다”며 작전성공을 보고했다.









지난해 2월 대테러 작전 중 숨진 아프가니스탄인 유족에게 사과하기 위해 같은 해 4월 동부 카타바마을을 찾은 맥레이븐. [더타임스 웹사이트]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패네타가 이끄는 CIA가 빈 라덴 소재 파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 실제 사살의 공은 작전에 투입된 네이비실 요원들을 지휘한 맥레이븐의 몫”이라며 그를 이번 작전의 ‘1등 공신’으로 소개했다. 패네타 국장도 3일 미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의 실질적인 사령관은 맥레이븐”이라며 “그는 현장에서 빈 라덴을 잡는 작전을 총괄했던 주역”이라고 치켜세웠다. 오바마 대통령도 4일 백악관에서 맥레이븐을 만나 노고를 치하했다.



 맥레이븐은 아프간에서 수많은 테러리스트를 제거한 독보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에게 체포되거나 사살된 탈레반 지도자와 알카에다 요원들만 수백명이다. 이 때문에 미 정부에선 가장 경험 많은 ‘테러범 사냥꾼’으로 불린다. 그 역시 네이비실 출신이다. 2개월 전부터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합류한 맥레이븐은 지난 3월 말부터 바그람 기지 인근에 빈 라덴 은신처와 동일한 시설을 만들어 요원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대테러 임무에 투입된 그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랙에 본부가 있는 JSOC의 사령관을 맡고 있다. 그의 휘하에는 4000여 명의 특수전 요원이 있다. 2008년부터 아예 아프간 현지에 파견돼 대테러 특수작전을 총괄하고 있다. 2009년엔 예멘군과 공동으로 예멘 내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소탕 작전을 수행했다.



 해군 중장인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3월 대장 진급 대상자로 선정됐다. 곧 상원 인준을 받는 대로 4성장군으로 진급해 JSOC 사령관보다 한 등급 위인 특수전 사령관을 맡을 예정이다. 미국 내 모든 특수부대를 총괄 지휘하는 자리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진급 사실을 발표하며 “미국에 가장 위험하고, 가장 악독하게 구는 적들과의 싸움을 가차없이, 매우 효율적으로 전개해 왔다”고 평가했다.



 텍사스 주립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맥레이븐은 해군 학군장교(ROTC)로 군에 들어섰다. 학구파이기도 하다. 그가 해군대학원에서 쓴 특수작전관련 논문은 특수부대 지휘관들에게는 필독서다. 1996년 출간한 『특수작전(Spec Ops)』이라는 책에서는 특수전 작전과 관련한 8가지 사례를 들며 성공적인 작전의 요소로 “간결·보안·반복·기습·신속, 그리고 분명한 목표”를 강조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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