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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원유·은·곡물 값 급락 … 국제 상품가격 거품 꺼지나

중앙일보 2011.05.07 01:14 종합 14면 지면보기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장내 트레이더들이 원유·금·은 등 원자재 가격 폭락 여파로 주가가 떨어지자 긴장한 표정으로 가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뉴욕 블룸버그=연합뉴스]



“거품이 터지기 시작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상품시장엔 공포가 확산했다. 이날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3.8L)당 10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하루에 9.44달러(8.6%) 하락해 99.8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 뒤인 6일 시간외 거래에서 WTI 가격은 배럴당 94.63달러까지 추락했다. WTI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앉은 건 지난 3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9.84달러(8.1%) 하락한 배럴당 111.35달러에 거래됐다.



 원유뿐만이 아니다. 이날 금값도 6월 인도분이 온스당 33.90달러(2.2%) 떨어진 1481.40달러로 마감했다. 은값 역시 8% 하락했다. 니켈·구리·플래티늄은 물론 커피·옥수수·면화·밀과 같은 곡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투기세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진단도 나왔다. 상품시장 자문사인 SEER 마이클 린치 대표는 “거품이 터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원유가는 지난해 30%나 올랐고 은값은 두 배로 뛰었다”며 “가격조정이 이루어질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상품가격이 급락하자 달러는 반등하고 주가는 하락했다.



 이날 상품시장이 요동친 건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미국 주간 신규 실업자 수가 2주 연속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4월 23~30일) 신규로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은 일주일 전보다 4만3000명 늘어난 47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최고치다. 애초 시장전문가는 2만1000명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온 고용사정이 다시 악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짐 로저스



 여기다 유럽 경기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유럽경제의 성장엔진인 독일의 3월 공장 수주가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인상을 예고했던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유지했다. 더욱이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그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유가 후유증은 이미 만만치 않았다. 미국의 휘발유 소비가 빠른 속도로 줄었다.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마스터카드로 결제된 휘발유 구입이 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중동·북아프리카 불안이 당초 우려와 달리 원유 공급에 별다른 차질을 주지 않은 것도 원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으나 석유 수출량이 줄지 않았고 사우디아라비아·오만·알제리와 같은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은 늘었다.



 시장에선 전망이 엇갈린다. 오일프라이스 인포메이션의 원유 분석가 톰 클로자는 “현재 갤런당 4달러에 이른 미국 휘발유 가격은 거품”이라며 “올여름에는 3.5달러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동·북아프리카 불안이 여전히 화약고로 남아있는 한 원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이 추가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68) 로저스홀딩스그룹 회장은 5일 미국 경제전문 방송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는 어느 정도 하락한 뒤 곧 회복해 상승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은 가격은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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