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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헬기, 10년 새 11번 추락 … 또 조종훈련 부족 탓?

중앙일보 2011.05.07 01:01 종합 18면 지면보기



강릉 사고로 다시 드러난 안전시스템 부실



어린이날 산불 감시활동을 펴던 산림청 소속 헬기가 추락한 지 20여 시간 만인 6일 오전 강릉시 연곡면 소금강 계곡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119구조대원이 탑승자들의 시신과 헬기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10시43분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소금강 계곡에서 실종된 산림청 소속 AS350-B2 헬기의 잔해가 6일 오전 7시37분 삼산리 백마봉 8부 능선에서 발견됐다. 수색에 나선 산림청과 강원소방본부는 조종사 임모(48)씨와 정비사 박모(56)씨의 시신도 수습했다. 2001년 이후 최근 10년간 산림청 헬기가 사고를 낸 것은 이번이 11번째다. 군을 제외한 정부기관 중에서 가장 많은 47대의 헬기를 운용하고 있는 산림청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추가한 것이다.









추락한 헬기와 같은 기종의 AS350-B2(6인승). 산림청에는 총 47대의 헬기가 있다. 이 중 블랙박스가 없는 헬기는 9대다.



 산림청은 보유한 헬기 대수에 비해선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조종 미숙에 따른 사고가 많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11건의 사고 중 5건이 조종 미숙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산림청 헬기 조종사들의 훈련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가 난 지점은 해발 770m로 난기류가 잦아 베테랑 조종사들도 어려움을 겪는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산림청 헬기를 관리하고 운용하는 산림항공관리본부 항공안전과 신원주 팀장은 “사고 헬기가 이륙할 당시는 날씨가 좋았지만 비행 중엔 ‘구름과 안개가 많이 끼었다’는 교신이 있었다”며 “기상악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산림항공본부는 헬기가 낮은 고도로 비행을 하다 갑자기 시야를 확보하지 못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추락한 헬기엔 비행기록과 교신을 저장하는 블랙박스가 달려 있지 않아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청은 이번에 추락한 같은 기종의 헬기 4대와 미국 벨사의 BEL-206 5대 등 모두 9대의 헬기엔 블랙박스를 달지 않고 운용을 해왔다. 이런 기종은 사고가 나면 위치를 찾고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 헬기는 국내에 들여올 때부터 블랙박스를 장착하지 않았다. 헬기 제작사의 인증을 받은 블랙박스 제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산림청은 9대의 헬기에 블랙박스 대용으로 자동녹음장치를 설치했지만 이 장비는 강한 충격을 견디지 못한다. 산림항공관리본부 측은 “블랙박스가 장착된 헬기를 구입할 수 있지만 도입가격이 대당 수억원 정도 비싸다”며 “블랙박스 장착이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꼭 블랙박스가 있는 헬기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6대의 헬기를 보유한 해양경찰청의 경우 모든 헬기에 블랙박스를 달아 운용하고 있다.



 산림항공관리본부는 지난해 9월 ‘항공안전사고 제로화’ 등을 목표로 하는 ‘2013년 산림항공비전’을 발표했지만 불과 8개월 만에 다시 사고가 났다. 산림항공본부 김만주 항공안전과장은 “산불진화 등 산림청 임무의 특성상 헬기가 낮은 고도로 나는 경우가 많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모의비행장치를 도입해 조종사의 실수를 줄이고 돌발 상황 대처능력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블랙박스(Black Box)=항공기의 성능·상태를 기록하는 장치로 사고 발생 때 원인을 밝히고 위치추적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15×50㎝, 11㎏ 크기의 강철로 제작된다. 자기 무게의 3400배까지 충격을 견디고 1100도의 온도에서 30분, 6096m 수심의 바다 속에서 30일간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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