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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히말라야에 간 고교생 20명 산에 오르며 세상을 배우다

중앙일보 2011.05.07 00:43 종합 21면 지면보기








내 생애 가장 용감했던 17일

한국로체청소년

원정대 지음, 정훈이 그림

푸른숲주니어

376쪽, 1만3800원




지난해 1월 14일자 중앙일보엔 ‘아마 산악인 여고생 2명 히말라야 6189m에 우뚝’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신문에 결과만 나왔다면, 책엔 두 여고생이 정상에 서기까지의 과정이 차근차근 담겨있다.



 한국로체청소년원정대는 청소년 사이에선 유명한 에베레스트 등반 프로젝트다. 돈 내고 갈 수 있는, 널리고 널린 해외 체험 여행과 다르다.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고교생 20명은 방학과 주말을 이용해 산악훈련을 받았다. 곱게 자란 아이들에겐 지옥훈련이 따로 없었다. 밥물을 못 맞춰 설익은 쌀을 씹어야 했고, 텐트 칠 형편이 못 되는 곳에선 침낭에만 의존해 맨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먹고 자고 싸는 등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일조차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달은 아이들이 되뇌는 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다.



 ‘저질 체력’의 오합지졸들은 7차례 훈련을 마치고 마침내 에베레스트로 향한다. 한국의 산 속에서와는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린다. 그곳에선 이 아이들 또래의 셰르파가 무거운 짐을 지고 등반을 도와주며 생계를 꾸린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다는 한국의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는 네팔의 아이들의 열악한 삶과 맞닥뜨리면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는 것이다.



 누군들 정상에 오르고 싶지 않겠나. 그러나 아이들은 여러 단계를 거쳐 정상에 오르기로 된 선발대원들에게 좋은 장비를 몰아준다. 남을 배려하고 협력해야 위대한 자연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배운 것이다.



 책은 아이들이 각자 쓴 보고서를 시간 순으로 자연스럽게 엮었다. 여러 사람이 쓴 글이라 중복되는 사건도 있지만 아이들의 변화가 흥미롭고 감동적이라 끝까지 읽게 된다. 고지를 앞두고 긴장한 나머지 해발 6100m에서 ‘큰 일’을 보고는 “드디어 어두웠던 세상이 밝아졌다”고 써내는 등 10대다운 유머감각도 약방의 감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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