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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테마 읽기/CIA] 수카르노 축출, 빈 라덴 제거…그 뒤에 숨은 손

중앙일보 2011.05.07 00:40 종합 21면 지면보기






CIA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다. 중동 테러세력에 맞서는 CIA의 활약을 다룬 ‘바디 오브 라이즈(Body of Lies)’에서 주연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서강대 국제대학원 김재천 교수의 신간 『CIA 블랙박스』는 CIA의 실체를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CIA 블랙박스

김재천 지음

플래닛미디어

292쪽, 1만5000원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으로 CIA(미 중앙정보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9·11테러사건 10년 만이다. 작전은 테러 직후 시작됐다. 9·11 발생 보름 후인 2001년 9월 26일, 미 CIA 요원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아프가니스탄 북동쪽 판지시르에 도착했다. CIA 내에서 ‘조 브레이커’라 불리는 비밀공작팀이었다. 요원들은 아프가니스탄으로 오기 전에 총책임을 맡은 CIA 대테러센터 소장 코퍼 블랙으로부터 다음 같은 지시를 받았다.



 “제군들, 나는 빈라덴과 그 일당을 체포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들을 살해하기를 바란다. (…) 빈라덴의 머리를 대통령에게 보여주고 싶다. 대통령에게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브레이커 팀의 리더 슈렌은 훗날 ‘적을 생포하지 말고 살해하라는 명령은 이날 처음 받아보았다’라고 기억했다.



 CIA의 비밀공작(Covert Action)은 냉전 당시 미국의 안보정책에 지대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CIA는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수단으로 매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CIA 폐지론까지 나오며 존립 위기를 겪었지만 CIA 비밀공작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9·11 테러가 계기가 됐다.



 현재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으로 있는 저자는 예일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했다. 미국의 외교관계를 주로 연구해온 그가 정보정책분야 최고 선진국인 미국이 CIA 창설 이후 지금까지 정보전쟁과 비밀공작의 실체를 추적했다. 예컨대 53년 이란 수상 모사데크의 실각, 65년 인도네시아 독립영웅 수카르노 대통령의 축출과 수하르토의 정권 장악, 73년 칠레 대통령 아옌데의 죽음 뒤에는 CIA가 있었다는 얘기다. 61년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1511명의 반(反)카스트로 저항군이 피그스만에 기습 상륙한 작전(일명 자파스)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파스 작전은 CIA에 굴욕을 안겨준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그 성패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수뇌부 교체 등의 공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공작·심리전·경제전 등으로 정권교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쿠바에서는 미국이 지원·양성할 반정부 세력이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CIA는 전통적으로 군사쿠데타를 조장해 정권을 전복시키는 공작을 선호해왔지만, 그것은 반정부 단체가 어느 정도 자생능력을 갖췄을 때라야 성공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9·11테러 이후 미국이 치러온 ‘테러와의 전쟁’, 특히 ‘오바마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최전방에서도 CIA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CIA의 활동을 주로 다루면서도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국제 정치·경제 관계도 명료하게 조명한다. 흥미 위주의 음모주의로 이야기를 풀거나, 비판 혹은 옹호 입장을 내세우기보다 사실(fact)에 바탕해 설명한 점도 장점이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정보정책이 중요해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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