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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인습에 휘말리지 않고 진실을 만나게 해주죠”

중앙일보 2011.05.07 00:15 종합 22면 지면보기



[저자에게 듣는다] 철학 입문서 낸 시인 서동욱씨
스피노자부터 자크 데리다까지 실생활 사례 곁들여 말랑한 해설



현대철학 입문서 『철학연습』을 낸 서동욱씨. “세계를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전소연]













철학 연습-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서동욱 지음, 반비

332쪽, 1만5000원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시인이자 철학자 서동욱(42)씨가 그런 질문을 품은 일반인을 위한 철학 입문서를 냈다. 현상학·구조주의 등 난해한 현대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실생활 사례도 소개했다. 네이버 연재 글을 손 본 신간은 17세기 스피노자부터 20세기의 자크 데리다까지 현대철학자 13명의 핵심을 일반인 눈높이로 설명한다. 2부에서는 ‘돈은 타자를 환대하는가, 지배하는가’ 같은 흥미로운 주제를 현대철학의 잣대로 풀어낸다. 서강대 철학과 교수인 서씨는 요즘 안식년을 맞아 벨기에 루뱅대에 가 있다. 전화로 그를 만났다.



 -왜 철학 공부가 필요한가.



 “사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무엇에 대해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 이런 불가결한 질문을 묻는 게 철학의 근본정신이다. 한데 이런 질문은 보통 사람의 일상에서도 수시로 제기된다. 철학적 바탕이 없을 때 사람들은 대개 상식이나 인습, 습관을 따르게 된다. 철학은 그런 것들에 휘말리지 않고 순수한 마음의 상태에 비춰 진실을 대면하도록 해준다.”



 -말처럼 쉽지 않다.



 “고통스럽겠지만 용기를 내 익숙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때 세계 전체를 보편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물론 약장수가 선전하는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해 주는 방법 같은 건 없다. 철학 공부가 약간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쉽게 쓰는 게 더 힘들지 않나.



 “어렵다고 알려진 데리다나 들뢰즈의 글 중에도 박진감 넘치는 문장이 얼마든지 있다. 정치·사회문제도 다루고 위트도 많다. 그런 문장을 고스란히, 그리고 자주 인용했다. 철학자의 이론을 소개했을 뿐 아니라 그런 이론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도 보여주려고 했다. 현상학에서 후기구조주의로 이어지는 현대철학은 신이나 권력의 예속으로부터의 해방 문제, 타자의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였다. 현재 우리가 처한 세계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네이버 연재 당시 반응은.



 “글을 올릴 때마다 평균 150개 정도의 댓글이 달렸다. 부싯돌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촉발했다고나 할까. 곁가지 토론도 많이 생겨났다. 재미있는 건 쉽게 쓴다고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어렵든, 쉽든 결국 오늘날의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고 믿게 됐다. 종교문제에 대한 반응이 가장 컸다.”



 -시 쓰기와 철학 공부는 대립하지 않나.



 “시인으로서의 삶과 철학자로서의 삶은 서로 다른 인생인 것 같다. 철학이 개념의 렌즈를 통해서 세상을 보려고 한다면 시는 개념화할 수 없는 수수께끼와 충돌하는 당혹스러운 체험이다. 둘이 섞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어쩔 수 없는 절실함 때문에 하게 된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프리랜서 전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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