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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흘 체육대회 위해 750억 운동장 짓는 양평군수

중앙일보 2011.05.07 00:15 종합 30면 지면보기
경기도 양평군이 단 사흘 동안 열리는 도(道)체육대회를 위해 750억원짜리 종합운동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테마도 정하지 못한 채 200억원을 들여 테마파크도 조성 중이다. 한나라당 소속 김선교 양평군수가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가 명분이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과 재정 건전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아 그 효과는 극히 부정적이다. 김 군수 개인의 치적 쌓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양평군은 재정자립도가 25.1%로 도내 최하위권이다. 2007년 파산한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된다.



 2014년 완공 예정인 종합운동장에 투입되는 비용은 양평균 한 해 예산(3454억원)의 5분의 1이 넘는 규모다. 국비와 도비 지원이 있다지만 분에 넘치는 시설물은 재정에 압박을 가할 게 뻔하다. 체육대회가 끝나면 유지보수비는 지역 주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경기도 내 26개 종합운동장 중 25개의 3년간 누적적자가 399억원이다. 양평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 리 만무하다. 또 하나의 부실만 탄생할 뿐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 중인 백운테마파크 사업도 지역경제에 보탬은커녕 애물단지가 될 공산이 크다. 인구 9만7000명 지역의 단체장이 수백억원을 펑펑 쓰는 통 큰 강심장이 놀랍다.



 전국 곳곳엔 텅 빈 컨벤션센터와 박물관, 파리만 날리는 날림 테마파크, 이용객이 없어 적자만 쌓이는 유령 공항,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운동장이 널려 있다. 세금 낭비의 전형들이다. 거창하게 주민을 위한다며 마구잡이로 시작된 사업들이었다. ‘만들어 놓으면 뭔가 되겠지’ 하는 허황된 낙관주의는 결국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예산은 단체장이 마음대로 쓰는 돈이 아니다. 주민들이 땀 흘려 낸 세금이다. 단 한 푼이라도 허투루 써선 안 된다. 그게 공복(公僕)정신이다. 주민들도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 낭비된 예산은 고스란히 세금폭탄으로 되돌아온다. 필요하다면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와 단체장 주민소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세금 낭비에 분노하고 세금 지키기에 나서는 것, 그게 바로 풀뿌리 민주주의다. 흥청망청 써대는 지자체에는 국고(國庫) 지원을 줄여 쫄딱 망하도록 본보기를 만드는 것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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