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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에 반기를 들어온 그, 이번엔 사진이다

중앙일보 2011.05.07 00:08 종합 23면 지면보기



파리서 4년 만에 개인전 여는 조각가 심문섭씨

“재료 스스로 본질 드러내게 해 … 매체·장르는 중요하지 않아”



가로 6m짜리 초대형 사진 작품 ‘제시( The Presentation)’ 앞에 선 심문섭 작가.



조각가 심문섭(68·중앙대 명예교수)씨가 11일부터 6월 18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보두왕 르봉에서 개인전을 연다. ‘리빌 더 비저블(Reveal the Visible)’이라는 제목으로, 사진·회화·조각 등 총 28점을 전시한다. 예전의 ‘토상’ ‘목신’ 작업에 이어 최근 매달려온 ‘제시(presentation)’ 연작이다.



 심씨는 2007년 프랑스 문화성 초청으로 파리 루브르박물관 옆 팔레 루아얄 공원에서 연 야외조각전이 호평을 받았다. 4년 만에 또 파리를 찾는 셈이다. 2009년 도쿄, 2010년 베이징 원전미술관 등 칠순을 앞두고도 매년 해외에서 굵직한 전시를 가지며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조각의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어왔다. ‘한국 조각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재료를 변화시켜 새로운 형상을 만드는 것보다 재료의 물성 자체를 파고드는 ‘반(反)조각’을 선보였다. 시간과 역사가 묻어있는 나무·돌·흙·물 등 재료의 특성을 탐구해, 재료가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본질을 드러내게 하는 독창적 조형양식을 구축했다.



 사실 그의 ‘반조각’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성가를 올렸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1970년대 초 파리 청년 비엔날레에 연속 출품하면서 해외미술의 흐름에 눈뜬 그다. 이후 유럽과 일본 등을 오가며 활동하는 국제파로 자리잡았다.



 그는 “데뷔 때부터 국제성을 고민했는데, 국제성이란 내셔널(national) 앞에 인터(inter)가 붙은 것, 결국 내 것의 심화(深化)에서 출발하더라”고 했다. 해외에서도 “국제적이면서 한국적이고, 그 누구도 닮지 않은 독창성이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원로작가로는 드물게 본업인 조각 외에 사진·회화 등 장르를 넘나드는 것도 이채롭다. “사진은 조각작업을 위한 기록으로 시작했다. 조각을 위한 숨 고르기지만, 독특한 재미가 있다. 매체·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본질을 드러내 제시하게 한다는, 미술에 대한 내 기본적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그의 고향인 경남 통영 앞바다와 중국 만리장성 등에서 촬영했다. 디지털로 찍은 미니멀한 풍경 사진에 먹을 이용한 드로잉, 포토샵 합성 등을 더해 회화적 긴장감을 더했다. 모노톤의 회화 역시 단순성과 추상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간 해외 미술관 전시에 주력하느라 주로 대작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부담 없는 소품으로 국내 관객과 만나고 싶어요.”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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