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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일고 꽃 피는 봄이면 양저우로 간다 … 이백이 노래한 그곳

중앙일보 2011.05.06 07:11 Week& 7면 지면보기
‘ 煙花三月下揚州(연화삼월하양주·아지랑이 피어나고 꽃피는 삼월이면 양저우로 내려간다’.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의 시 구절이다. 봄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그리 읊었을까. 성급한 마음에 서둘러 양저우로 날아갔다. 지난해 가을, 중국 양저우시 초청으로 최치원 연구교류회와 동행한 데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양저우의 상징인 수서호의 오정교. 대학 관광학과 출신 여자 뱃사공이 노를 저어 가고 있다.







# 양저우와 최치원









중국의 인기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하원.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는 중국에서도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남쪽으로 양쯔강이 흐르고 서쪽으로 100㎞쯤 거리에 난징(南京)이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오나라의 수도였으며 수·당·청의 문화유적이 곳곳에 널려 있다. 양저우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경주와 같은 고도(古都)다. 양저우는 당나라 수도 장안(長安)으로 통하는 양쯔강 하안의 수상교통 요충지로, 옛 신라는 물론 아라비아·페르시아·일본 등 세계 각국의 상인이 수시로 드나들었던 국제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양저우는 언제부턴가 중국의 대도시 축에 들지 못한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1960∼70년대 우리네 시골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양저우는 우리 역사하고도 아주 각별한 도시다. 열두 살 나이로 당나라에 유학 간 최치원(857∼?)이 874년 과거에 급제해 관리를 지낸 곳이며, 저 유명한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지어 황소의 난 진압에 공을 세우고 이름을 떨친 고장이다.



 그 양저우에 최치원 기념관이 있다. 당나라 시대의 성(城)인 당성 유적지에 2007년 지어졌다. 기념관 안에는 최치원의 석고 좌상과 초상화가 있고, 당나라 입국부터 급제·등용·귀국 등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해마다 10월 15일이면 양저우시와 경주 최씨 종친회 등 양국의 문화계 인사가 모여 기념식을 하고 있다.



 양저우의 정원문화를 대표하는 하원(何園)과 개원(個園) 두 정원도 대표적인 볼거리다. 개원은 남쪽 입구의 봄 풍경을 시작으로 각종 기암괴석으로 사계절을 연출하며, 건축물은 미로 같은 통로로 이어져 있어 자칫 길을 잃기 쉽다. 하원은 중국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융합된 형태의 정원이다. 1.5㎞에 달하는 입체식 회랑은 중국에서도 ‘천하 제일 복도’로, 수심정(水心亭)은 ‘천하 제일 누각’으로 일컬어진다. 하원은 중국의 인기 드라마 ‘홍루몽’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 수서호 뱃놀이



수나라의 두 번째 황제 양제(煬帝)는 북쪽 베이징(北京)과 남쪽 항저우(杭州)를 잇는 1000㎞가 넘는 대운하를 팠다. 양저우는 그 대운하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물의 도시다. 양저우 제일 명승지 수서호(瘦西湖)도 양제가 만든 4.3㎞ 길이의 소운하였다. 봄축제가 열리는 4월과 운하축제가 열리는 9월이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청나라 건륭 황제가 배를 탔다는 ‘어마두’에서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수로 양쪽에는 푸른 버들이 수면 위로 늘어지고 봄빛이 물든 물그림자를 배가 가르고 간다. 청나라 때 소금 거상이 수로 곳곳에 세웠다는 옛 건축물은 이미 자연과 하나가 돼 나그네를 반기고 있다.



 앞서 가는 작은 배를 바라보니 고운 처녀 뱃사공이 우리의 개량한복 같은 옷을 입고 노를 젓고 있다. 뱃머리를 용으로 장식한 호화(?) 유람선을 타느니 앞서 가는 여자 뱃사공의 배를 탈 걸 그랬다. 천천히 더 많은 시간 수서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여성 뱃사공은 대학의 관광학과를 졸업한 학사 뱃사공이란다. 수서호 사공은 대부분 노인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관광 지식과 서비스 의식이 높은 여성 뱃사공이 채용됐다. 이들 뱃사공의 월급이 일반 대졸자보다 많다니 젊은이들이 선망할 만하다.



 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가다 보면, 정자 5개를 얹고 있는 ‘오정교’라는 다리를 지난다. 양저우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24교’ 역시 수 양제가 세운 명물로, 길이 24m와 기둥 24개 모두 24절기를 상징한다. 수 양제는 이 다리에서 미녀 24명과 함께 야경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수서호는 항저우 서호(西湖)보다 훨씬 작다. 예부터 중국인이 서호를 몸매가 풍만한 당나라 미인 양귀비에, 수서호를 손바닥 위에서 춤출 수 있을 만큼 가냘펐다는 한나라 황후 조비연에 비유한 까닭이다.











● 양저우 정보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난징 직항노선을 운영한다. 난징공항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이면 양저우에 도착한다. 양저우는 볶음밥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 중국집 볶음밥의 원조가 양저우 볶음밥이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1년 앞두고 ‘천년지우 양저우’ 사진전이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단성갤러리(02-735-5588)에서 열린다. 한국의 사진기자 5명이 담은 양저우의 봄과 가을 풍경이 전시된다.



글·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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