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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시장 뉴욕 옐로캡 … 블룸버그, 왜 닛산 택했나

중앙일보 2011.05.06 02:04 종합 2면 지면보기
미국 뉴욕의 명물인 노란색 택시(옐로캡·yellow cab)가 바뀐다. 옐로캡은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양키스타디움과 함께 뉴욕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1976년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몰았던 미국산 체커 택시는 전 세계인의 뇌리에 뉴욕의 이미지로, 미국의 느낌으로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일방통행이 많고 비싼 주차비 때문에 옐로캡은 뉴요커에게 중요한 교통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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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옐로캡이 일본 닛산의 미니밴으로 전부 바뀐다. 1.6L급 5인승 NV200 모델이다. 뉴욕의 옐로캡 대부분은 미국 포드의 세단 빅토리아 크라운이다. 계약 조건을 보면 더 놀랍다. 2013년부터 10년간 뉴욕시와 닛산의 독점 계약이다. 현재 운행하는 16개 차종 1만3000여 대의 택시가 모두 닛산 차로 바뀌는 것이다. 증차 대수 등을 포함해 최대 2만6000대의 차량을 공급하는 뉴욕의 택시 개조 프로젝트에 드는 돈은 10억 달러(약 1조원)에 이른다.



 까다로운 뉴요커들 사이에선 이런저런 비판이 나온다. “투박한 밴에 하필이면 일본차냐”는 반대도 있다. 사실 뉴욕 택시에는 밴이 이미 있다. 10여 년 전부터 GM 쉐보레 업랜더, 도요타 시에나 등 미니밴이 택시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닛산과 경쟁한 회사는 포드와 터키의 자동차회사 카산이었다. 특히 카산은 “뉴욕 브루클린에 택시모델 조립공장을 세우겠다”고 제안해 일자리 숫자에 민감한 뉴욕 정치권을 공략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왼쪽)이 3일(현지시간) 새 옐로캡 선정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닛산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미국 지사장. [뉴욕 AP=연합뉴스]



 닛산이 언뜻 평범해 보이는 미니밴을 앞세워 뉴욕시의 1조원 프로젝트를 따낸 비결은 미국식 실용주의를 읽은 일본식 디테일의 승리였다. 우선 디자인을 바꿨다. 노트북·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뉴욕 비즈니스맨을 위해 뒷좌석에 승객용 전원 충전기와 USB 포트 등을 별도로 설치했다. 밤에 책을 읽거나 서류작업을 하는 승객을 위해 개인용 조명장치도 추가로 달았다. 뉴욕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을 즐기려는 관광객을 위해 차량 지붕은 투명유리로 바꿨다. 뒷좌석 승객 전용 에어백과 항균 처리된 시트도 설치했다. 현재 아시아·유럽에서 팔리는 닛산의 같은 차종과 다른 옐로캡 맞춤형이다. “도시 이미지를 개량하겠다”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의도를 정확하게 해석했다는 게 뉴욕 언론들의 분석이다.



 친환경 컨셉트도 강조했다. 닛산이 자랑하는 전기차 리프 5대를 뉴욕시에 무상 제공하면서 2017년 닛산의 전기차 양산시점에 맞춰 NV200을 전기차로 개조하겠다는 옵션도 제시했다고 닛산은 설명했다. 닛산은 뉴욕에 택시 공급을 위해 차를 개조해야 하지만 가격은 3만 달러가 넘지 않도록 묶었다. 더 큰 경제적인 혜택을 노리기 때문이다.



 닛산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미국지사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뉴욕이 뉴스·영화 속에 소개될 때 닛산 브랜드가 함께 노출되면 그동안 미국에서 거둔 성과 이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뉴욕의 선택은 대중교통 문제 해결이 고민인 서울에도 시사점을 준다. 안진수 홍익대 교수는 “대중교통의 디자인과 편의성을 개선해 밝고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거대 도시를 바꾸는 전략적으로 똑똑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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