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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3450억인데 ‘750억 운동장’ 짓는 양평

중앙일보 2011.05.06 01:58 종합 1면 지면보기






김선교 양평군수



위법 행정이 세금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 졸속 행정으로 인한 낭비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 사례가 경기도 양평군(군수 김선교·51·한나라당·재선)이다. 군은 2007년부터 도곡리에 750억원(국비 120억원, 도비 140억원, 군비 490억원)짜리 종합운동장(면적 16만㎡, 1만2000석)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한 해 예산(3454억원)의 20%가 넘는 규모다. 이미 203억원을 들여 부지 절반을 사들였다. 2014년 완공 예정이다.



 문제는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 의회 김덕수 의원은 “의회 승인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따졌다. 군은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사안”이라고 맞섰다. 유권해석을 의뢰받은 법제처는 2월 24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제7조 제1항에 따라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난처해진 군은 “징계시효(2년)가 지나 해당 공무원에게 주의조치만 했다”고 의회에 회신했다. 김 의원은 즉각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두 기관은 도 감사실로, 도 감사실은 군 감사실로 사안을 떠넘겼다. 본지 ‘세감시(稅監市) 시민 CSI(과학수사대)’의 이석연(전 법제처장) 단장은 “감사원이 직무를 소홀히 했다”고 질타했다.



 위법으로 인한 세금 낭비 지적에 대해 군 관계자는 “2015년 도 체육대회를 치르기 위해 종합운동장이 필요했다”며 “대회 유치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득력이 약하다.



우선 대회 유치가 건립 목적이 아니었다. 건립 착수는 2007년이지만 유치 신청은 지난 3월에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인구 9만7000명에 1만2000석의 운동장이 꼭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양평군에는 이미 12개의 잔디운동장이 있다. 게다가 도 체육대회는 불과 사흘 동안 열린다.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수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도 체육대회는 수원·성남 등 3~4개 대도시가 도맡아 개최해 왔다. 경제적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2012, 2013년 개최지는 공석이다. 용인과 화성이 반납했다. 2014년은 아예 신청지가 없다. 양평군은 단독 신청해 2015년 개최를 따냈다. 용인과 화성은 재정자립도가 각각 66%, 67%다. 전국 평균(53%)을 훌쩍 넘는다. 반면 양평군은 25.1%로 도내 최하위권이다.



 경기도 내 운동장은 적자 일색이다. 26개 종합운동장 가운데 25개가 만성 적자다. 3년간 누적적자가 399억4100만원이다. 물론 운동장이 수익사업은 아니다. 적자가 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상태, 예산집행 우선순위, 활용도를 짚는 일은 필요하다. 양평군은 의회 승인을 건너뜀으로써 의회 심의와 여론 수렴 과정에서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렸다. 이석연 CSI 단장이 “적법 행정이 세금 낭비를 줄이는 출발점”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적법 절차를 거쳤다면 ▶건립 연기 ▶규모 축소 ▶건립 취소 등의 예산 절감조치가 나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의회 홍정석 의원도 “재정상태나 활용계획을 잘 검토하지 않고 빚까지 져가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군수의 치적 쌓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은 “위법 판정 직후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석연 단장은 “사후 승인은 불법 논란을 피하기 위한 땜질식 조치일 뿐 불법 행정에 대한 근본적 하자 치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처장도 “3일 동안 치러지는 대회의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며 “자칫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꼴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3월 말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삭발시위를 벌인 뒤 분노한 군민 1000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26일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냈다.



◆탐사기획부문=고성표·권근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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