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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 맨해튼 신호등은 ‘그 동네 스탠더드’였다

중앙일보 2011.05.06 01:55 종합 5면 지면보기



경찰 제시한 맨해튼 신호등 사진, 구글 스트리트 뷰로 분석해보니















경찰청은 5일 “3색 신호등 보도자료(4월 21일자)에 있는 미국 맨해튼의 신호등 사진은 ‘21 East 39th Street’의 교차로에서 찍은 것”이라고 본지에 알려왔다. 2009년 신호등 도입을 위한 해외시찰단장을 맡았던 정선태(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법·제도단장) 법제처장이 사진 출처를 밝히지 못했다는 본지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구글 ‘스트리트 뷰’로 찾은 21 East 39th Street’의 모습. 경찰이 본지에 보내온 사진과 같은 장소다. 양쪽 다 일방통행 도로로 직진하면 이스트 39번가(East 39th Street)이고 우회전하면 매디슨 애비뉴(Madison Avenue)다. 결국 경찰은 맨해튼이 일방통행 위주로 국내 도로체계와 다른데도 단순히 3색 신호등에 화살표가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사진을 찍어오고 선진국 신호체계라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호등에 ‘우회전 금지’를 의미하는 빨간색 오른쪽 화살표가 들어와 있다. 본지가 구글의 스트리트 뷰(street view)를 확인한 결과,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바라보며 우회전을 하면 매디슨 애비뉴(Madison Avenue)가 나타난다. 이 길은 맨해튼의 대부분 도로가 그렇듯 일방통행이다. 우회전하기 전의 ‘이스트 39번가’도 마찬가지다. 일방통행 길에서 일방통행 길로 우회전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나는 것을 막으려고 우회전 금지 표시등을 만든 것이다. 이런 신호등은 상당히 예외적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있다. 결국 일방통행 위주의 맨해튼 신호등을 우리나라 신호등 개편 모델로 삼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한국의 자동차 우측통행체계에서 ‘우회전 금지’ 신호등은 큰 의미가 없다. 경찰은 단순히 3색 신호등에 화살표가 들어가 있다고 ‘이것이 선진국 신호등’이라며 사진을 찍어 온 셈이다. 엉터리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운 것이다. 더욱이 해당 도로는 4차로이지만 양쪽 길가에 주차가 가능해 사실상 2차로나 마찬가지다. 이런 곳의 신호등을 16차로 세종로 네거리 등에 적용하겠다는 것도 도로 모양과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또 뉴욕과 맞붙어 있는 뉴저지주의 경우 ‘No Turn on Red(빨간불에 회전 금지)’라는 보조표지가 없으면 빨간불에도 우회전이 가능하다. 화살표 3색 신호등을 설치하면 보조표지가 필요 없다는 경찰 주장이 허구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경찰이 제시한 맨해튼 사진에서도 수많은 보조표지를 발견할 수 있다.



 경찰은 또 독일 베를린에서 찍은 신호등 사진에 대해서는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정선태 법제처장은 4일 본지 인터뷰에서 “베를린자유대학 공대 옥상에서 찍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가 구글 어스와 유튜브, 특파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베를린자유대학 부근에선 경찰이 제시한 신호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경찰이 보도자료에서 밝힌 것과는 달리 이곳의 도로는 광화문처럼 혼잡하지도 않았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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