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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손학규, 국가 지도자인가 정파 지도자인가

중앙일보 2011.05.06 01:44 종합 10면 지면보기






손학규 대표 물끄러미 바라보는 박지원 원내대표 4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손학규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강기헌
정치부문 기자




4일 오후 10시10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채울 무렵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본회의장에서 50m 떨어진 제2회의장(의원총회장)을 빠져나왔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본회의장 대신 국회의 당 대표실로 향했다. 민주당 의원 60여 명은 의총장에서 나와 국회를 떠났다. 직후 본회의장에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단상 위에 올라 비준안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 대표는 시간초과로 마이크가 꺼졌지만 10분 이상 반대 주장을 펼쳤다. 이 모습을 손 대표는 TV로 지켜봤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2일 합의한 ‘비준안 4일 처리’에 대해 손 대표는 그동안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4일 오후 의총에서 ‘안 된다’고 했다. “야권 연대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지금 이 상태대로 통과시키기 어렵다고 본다”며 비준안 합의처리를 반대했다. 그리고 국회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손학규 대표의 당선 인사 플래카드.



 손 대표는 5일엔 “충분한 보완 대책 없이 FTA를 통과시키는 건 중산층의 바람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최근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박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과의 합의가 이뤄지자 즉각 손 대표에게 협상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 대표로서 합의의 타당성 여부를 치밀하게 검토했어야 했다. 보완해야 할 점이 있었다면 그게 뭔지 박 원내대표에게 알리고 ‘비준안 합의처리’ 발표에 앞서 자신의 입장을 반영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틀 동안 잠자코 있다가 당내 강경파가 비준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이 “비준안을 처리하면 연대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자 4일 의총에서 강경파 쪽으로 줄을 섰다. 그 바람에 민주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회 합의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그런 손 대표에 대해 당 안팎에선 “국가 지도자인가, 정파의 지도자인가”라고 정체를 묻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당의 한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그때그때 자신에게 유리한 게 무엇인지만 따지는 ‘안테나 정치’를 하고 있다. 너무 공학적이다”고 꼬집었다.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선에서 그를 찍었던 한 시민은 “당선 인사 플래카드에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써놓은 손 대표가 약속과 신뢰, 그리고 국익보다는 정파적 편의주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손익을 따지는 ‘주판알 정치’를 하는 것 같아 실망했다”며 “손 대표보다 훨씬 어린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차라리 당당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강기헌 정치부문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손학규
(孫鶴圭)
[現] 민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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