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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최후의 여인’ 알 사다 18살 때 5000달러 받고 정략결혼

중앙일보 2011.05.06 01:40 종합 14면 지면보기



은신처 저택서 여권 발견



“빈 라덴은 이슬람 전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본부를 둔 과격 이슬람 단체의 회원 한명이 4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는 붉은 X자를 그려넣고, 빈 라덴의 사진에는 ‘이슬람 전사’라고 써놓은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자카르타 AP=연합뉴스]





1일 새벽(현지시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 거처를 급습한 미국 네이비실 대원들은 빈 라덴 경호원들을 하나 둘 제압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3층 방문을 열자 방 안에 빈 라덴과 젊은 여성이 함께 있었다. 이 여성은 빈 라덴을 보호하기 위해 건장한 네이비실 대원들에게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다 다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고 잠시 뒤 빈 라덴이 사살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 여성은 한때 빈 라덴의 인간방패 경호원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빈 라덴의 다섯째 부인 아말 알 사다(Amal al Sadah·29)라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말의 신원은 현장에서 발견된 여권을 통해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예멘 출신의 아말 알 사다는 9·11 테러 1년 전인 200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18세의 나이에 빈 라덴과 결혼했다. 빈 라덴은 자신의 뿌리(부친의 고향)인 예멘에서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예멘에서 새 신붓감을 찾았다. 알카에다 간부가 소개한 아말 알 사다는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에 심취한 10대 소녀였다. 다른 부인들에게 질투를 느끼지 않을 만큼 아주 젊고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에도 부합했다. 빈 라덴이 태어나고 자란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은 모두 같은 아랍어를 쓰기 때문에 말도 통했다. 다섯째 부인이었으나 이미 결혼한 네 명의 부인 가운데 한 명과는 이미 이혼한 상태여서 ‘부인을 네 명까지 둘 수 있다’는 이슬람 율법에 저촉되진 않았다.



 예멘의 공무원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아버지는 아랍 풍습에 맞춰 사위로부터 현금(5000달러)을 받고 딸을 시집보내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빈 라덴은 젊은 새 아내를 맞는 기쁨에 결혼식에서 시를 낭송하고, 자동소총으로 축하용 공중사격을 쏘기도 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아말 알 사다는 빈 라덴이 가장 사랑한 여인으로 알려졌다. 남편과의 사이에 3명의 자녀를 뒀다. 현장에서 빈 라덴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파키스탄 당국에 진술한 10세 소녀 사피아가 그의 딸로 알려졌다. 빈 라덴은 9·11 테러 직후 태어난 딸의 이름을 유대인 첩자를 죽인 이슬람 성자의 이름을 따 “장래에 이슬람의 적들을 무찌를 아이”라며 사피아라고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9·11 테러 뒤 빈 라덴은 안전을 고려해 아말 알 사다를 예멘으로 돌려보냈다. 다른 부인들은 시리아 등 다른 나라로 떠나보냈다. 하지만 아말 알 사다는 유일하게 곧 다시 돌아와 도피 생활을 함께해 왔을 정도로 남편을 극진히 따랐다. 미국 MSNBC방송은 “아말 알 사다는 친정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빈 라덴을 남편으로서 존경하고 따랐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아말은 빈 라덴과 결혼한 뒤 험준한 산속 동굴에 숨어 지내는 등 고된 생활을 해야 했지만 마다하지 않았다”며 “순종적인 아내로 그의 남편을 진실로 따르고 믿었다”고 전했다.



 애초 네이비실 대원들은 빈 라덴의 마지막 여인이었던 그를 빈 라덴의 시신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미군기지로 옮기려 했다. 그러나 헬기 한 대가 기체 고장으로 이륙하지 못하면서 현장에 남겨졌다. 그 뒤 파키스탄 군 당국에 의해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의 군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파키스탄 군 당국은 현장에서 아말 알 사다 이외에 여성 2명과 어린이 9명 등 모두 12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그가 최근 10년간 빈 라덴과 알카에다의 행적을 꿰뚫고 있는 ‘열쇠’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파키스탄에 직접 신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파키스탄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파키스탄 정부의 빈 라덴 비호설을 퍼뜨리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군정보국(ISI)이 빈 라덴 세력을 비호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까 봐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파키스탄 고위 당국자는 빈 라덴 사살 현장에 있다 살아남은 12명을 출신 국가로 송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목·이에스더 기자



오사마 빈 라덴(54)의 부인들



▶ 첫째 부인 나즈와 가넴(52)=15세 때 2세 연상의 빈 라덴과 결혼. 자녀 11명. 남편을 따라 수단·아프가니스탄 등으로 방랑 생활을 하다 2001년 9·11 테러를 며칠 앞두고 중동 지역으로 출국.



▶ 둘째 부인 카디자 샤리프(61)=1983년 결혼. 자녀 3명. 다섯 아내 중 가장 고학력자로, 이슬람 교조(敎祖)인 무함마드의 직계 자손으로 알려져 있다. 90년대 말 수단에 머물던 당시 갑작스럽게 이혼. 빈 라덴의 금욕적인 삶을 참지 못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갔다는 소문.



▶ 셋째 부인 카리아 사바(?)=85년 결혼. 첫째 부인 나즈와가 만남을 주선. 자녀 1명. 2001년 10~11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사망했다는 설도 있어.



▶ 넷째 부인 시암 사바(?)=87년 결혼. 자녀 4명. 셋째 부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아.



▶ 다섯째 부인 아말 알 사다(29)=2000년 18세의 나이로 25세 연상의 빈 라덴과 결혼. 자녀 3명. 자료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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