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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약사들 불법진료” “리베이트 받는 의사 …” 막말 의약토론회

중앙일보 2011.05.06 01:36 종합 18면 지면보기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4일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의약분업제도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와 병원협회·약사회가 11년의 평가와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마련한 행사였다. 주제 발표 후 전문가 토론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의사 측에서 선공을 했다. 의협 토론자가 “약사들이 여전히 (의사처럼) 환자를 진찰하면서 불법진료를 하고 있다”며 “병명을 진단하는 능력이 신기에 가까울 정도”라고 비꼬았다. 그는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 이유가 약사들의 조제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약사회가 발끈했다. 약사회 보험이사는 “약제비(약품비+약국조제료)가 늘어난 이유가 약국 때문이라고 하는데, 늘어난 것은 약품비이고 이는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아 약을 처방하기 때문”이라며 “약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10년 전 소아과 의사가 뇌수막염 약을 잘못 처방한 사례를 제시하며 “이건 범죄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이어 임신부에게 금기약을 처방한 일, 생산 중단된 약을 처방한 사례 등 10년 전 일을 끄집어 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방청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한 시민이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의약분업제도의 불편을 지적하자 약사회 보험이사는 “순수 시민을 자처한 사람에게 묻겠다. 산전 검사를 받을 때 (의사가) 임신부 금기약을 처방해도 그냥 먹겠느냐”고 되물었다. 병원 두 개를 운영한다는 원장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세계에서 이런 제도(의약분업) 운영하는 데가 한국뿐”이라고 고함쳤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한달선 전 한림대 총장이 보다 못해 “논리가 부족하고 주관적 주장이 너무 많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의약분업은 2000년 7월 국민의 의료 관행을 강제적으로 바꾼 개혁이었다. 공도 있고 과도 있다. 과를 부각해 없던 일로 되돌릴 수도 없다.



당시 의약 갈등 때문에 제도가 왜곡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 상태로 11년이 흘렀다. 환자 불편과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차분히 논의할 때가 됐다. “식후 30분 복용” 한마디에 복약지도료(720원)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30초도 진찰하지 않는 의사에 대한 불만도 크다. 의약분업의 목적은 ‘진료는 의사에게, 조제는 약사에게’이다. 하지만 여전히 환자들은 의사·약사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양쪽에 비용을 지불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사와 약사는 상대방을 할퀴느라 진을 뺐다. 자신들의 이해(利害)만 따졌지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1년 전 의약갈등 때 주장했던 ‘선택분업(의사), 성분명 처방(약사)’이라는 흘러간 노래만 중얼거리는 듯했다.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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