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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 퇴직 직원 “불법 폭로” 협박…대주주들, 고객예금 20억 빼 입막음

중앙일보 2011.05.06 01:35 종합 18면 지면보기



검찰, 공갈 혐의 4명 체포
경영진 3명 3년 전부터 재판 받아
재판 중 4586억 부정 대출해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부정 대출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5일 “은행 그룹의 대주주와 경영진의 비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은행 측에서 20억원가량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로 최모(여)씨 등 부산저축은행 퇴직 직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은행 직원이던 최씨 등은 수년 전부터 각자 퇴직을 앞두고 부산저축은행 고위 임원들을 상대로 “불법 대출과 횡령 등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뒤 입막음 대가로 5억원 이상을 요구해 20억원가량을 챙긴 혐의다. 검찰은 이 돈이 고객들의 예금에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61) 회장과 김양(59) 부회장, 강성우(60) 감사 등 세 명이 2008년 12월 횡령 등 혐의로 울산지검에 의해 이미 기소돼 3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도 ‘바지사장’을 내세운 특수목적법인(SPC) 11곳을 통해 서민 예금 4586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울산지법과 부산고법 판결문에 따르면 박 회장 등은 2002년부터 울산시 울주군 314만㎡(약 95만 평) 부지에 영남알프스 골프장을, 전남 곡성 30만 평 규모의 곡성 골프장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두 사업 추진을 위한 SPC를 설립해 각각 177억원과 36억원을 토지 매입비 등으로 부정 대출했다. 이 과정에서 김 부회장은 2004년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당시 엄창섭 울주군수에게 2억5400만원을 뇌물로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인 울산지법은 2009년 6월 김 부회장은 뇌물공여죄를 인정,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박 회장과 강 감사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6개월 뒤 부산고법은 김 부회장의 뇌물공여는 인정했으나 박 회장과 강 감사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였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박 회장 등 대주주들이 저지른 범죄는 서민예금 5조원대로 묻지마 투자를 한 것으로 대검 중수부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와 재판을 제대로만 했어도 초대형 금융사고의 피해가 줄어들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저축은행의 한 직원은 “박 회장 등은 자신들의 비리를 알게 된 여직원에겐 입막음 조로 2억원을 주고 퇴사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대검 중수부 수사팀을 확대 개편해 금융감독원의 부실 검사 의혹과 정·관계 로비 혐의 등을 본격적으로 수사키로 했다.



이에 따라 부산지검 소속 검사 3명과 수사관 3명은 6일부터 대검 중수2과에 합류한다. 지금까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불법 대출된 5조원대 자금이 부동산 개발 등을 위한 SPC로 옮겨지는 과정을 파헤쳐 온 중수부는 앞으로 SPC 자금의 사용처 추적에 집중할 계획이다. 불법 자금 일부가 금융감독원 직원이나 정·관계 인사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는지와 금감원 직원들의 부실 감독 의혹도 조사한다. 또 캄보디아 신도시 개발사업 등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에 흘러간 5239억원이 비자금화됐는지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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