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추적] “사내하도급은 불법 파견” 대법 판결 후폭풍

중앙일보 2011.05.06 01:34 종합 20면 지면보기
사내하도급과 파견근로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급근로자 33만 명 … 재계 “비용 5조 증가”

 지난해 7월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한 데 이어,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부터다.



 법원 판결 이후 “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면 매년 5조4000억원의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재계와 “불법 파견을 중단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도급과 파견근로는 모두 외부업체에 고용된 근로자가 특정회사에서 일하는 형태지만, 작업지시와 근로감독 주체에 따라 나뉜다.



 도급은 근로자를 고용한 외부업체에서 담당하지만, 파견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회사가 직접 한다. 법원은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현대차가 작업을 지시·감독했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32개 허용업종을 정해놓고 있는데 제조업은 파견근로 대상이 아니다. 제조업체들이 규제가 없는 도급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이유다. 2010년 현재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 등 국내 주력 제조업에서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근로자는 32만5932명에 달한다.



 선진국들은 파견근로를 적극 활용해 고용유연성과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강력한 산별노조 체제를 갖고 있는 독일도 최근에는 비정규직 고용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기업들이 동유럽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국내 산업이 공동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자동차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도 이중임금제(two-tiers)와 일시해고제(lay-off)를 적극 활용해 신속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의 파견근로를 불허했던 일본도 2003년 규제를 없애고 기간제 근로, 유기계약직 등을 적극 활용해 고용유연성을 높였다.



 정부의 리더십 부재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7월 대법원 판결 이후 노동계와 재계가 극한 대립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와 노사정위원회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유연성 제고와 사회안전망 확대가 결코 양립하는 가치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서강대 남성일(경제학) 교수는 “고용유연성을 높여 기업 경쟁력을 키우려는 게 기업의 당연한 선택”이라며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안전망 확대는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이면 고용창출 효과도 높일 수 있다”며 “국가의 역할을 기업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