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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서 첫 주연 심은경

중앙일보 2011.05.06 00:35 종합 26면 지면보기



부끄럼 지독하게 탔어요 그래서 연기학원 갔는데 … 이제는 연기하다 보면 눈앞의 카메라도 잊어요



“당뇨가 째까(조금) 있어서….” 걸쭉한 남도 사투리를 쓰는 ‘써니’의 나미는 어디에 있을까. 정작 심은경은 “이쁜척 하는 게 어색해서” 사진촬영도 힘들단다. [김상선 기자]





이리 수줍어할 줄은 몰랐다. 영화 속 딱부러진 인상이 워낙 강해서였을까. 영화 ‘써니’의 주연배우 심은경(17). 짐작은 틀렸다. 인사를 나눌 때 눈을 안 맞추기에 아차, 싶었다. 사진촬영할 때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몇 마디 건넨 농담에도 이 졸린 눈의 여학생은 쉽사리 보조개를 만들지 않았다. 인터뷰가 쉽지 않겠구나, 했던 짐작은 다시 틀렸다. 고교 1년생 심은경은 조근조근 대화를 잘도 이어갔다.





심은경은 요즘 충무로에서 주목 받는 새싹이다. 물 주면 주는 대로 쑥쑥 자랄 성 싶은 초록색 싱그러움이 보기좋다. ‘불신지옥’의 신들린 소녀, ‘퀴즈왕’의 우울증 걸린 여고생, ‘로맨틱 헤븐’에선 아이의 모습을 한 80대 할머니 등 역할마다 비중도 있고 존재감도 확실하다. 하긴 자기 몫을 옹골차게 해내지 않고서야 ‘코미디의 귀재’ 장진 감독이 두 편(‘퀴즈왕’ ‘로맨틱 헤븐’) 연거푸 캐스팅할 리 없다.



 주연으로 발돋움한 첫 작품 ‘써니’도 그렇다. 2008년 관객 수 830만 명을 기록한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신작이다. 전남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온 우등생 나미(심은경)는 일곱 소녀가 모인 써클 ‘써니’에서 우정을 나눈다. 라이벌 써클 ‘소녀시대’와 맞대결하는 장면에서 심은경이 보여준 일명 ‘욕설 빙의(남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는 이 영화가 내지르는 가장 센 코미디 펀치 중 하나다.



 내성적이었다 점차 서울내기들에게 동화되는 나미의 애띤 모습. 어딘가 이 소녀와 닮았다. 연기를 시작한 이유도 “지독하게 부끄럼타는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였다니. “사람을 무서워했어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동네 아줌마들을 만나면 흠칫 놀라 엄마 뒤로 숨곤 했죠. 누가 ‘이쁘네’ 하면 고개를 휙 돌렸어요. 끼도 없었고 이쁜 척은 전혀 못했죠. 꾸미는 거에도 관심이 없으니 얼짱이 될 리도 없었고요.”



 그런 딸이 걱정스러워 초등 4학년 때 연기학원에 보낸 이가 엄마였다. 지금까지 낮이고 밤이고 쫓아다니며 매니저 노릇을 해야 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연기가 즐거웠어요. 학원선생님들이 ‘은경이가 최고네’ 칭찬해주신 덕분에 자신감이 쑥쑥 올랐거든요. 엄마가 ‘연예활동을 하는 게 바람직한 건지 고민된다’고 했을 땐 오히려 제가 더 하겠다고 나섰죠.” 2004년 MBC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 ‘단팥빵’ 등으로 데뷔 후 ‘태왕사신기’ 수지니(이지아)의 아역 등을 거쳤다.



 “연기가 좋은 건 무아지경을 경험하기 때문이죠. 눈 앞에 카메라가 있는 걸 잊어버리는 순간이 와요. 그 인물이 되는 거죠. 아무도 제 눈엔 안 보여요. ‘불신지옥’에서 제가 접신(接神)이 되면서 엉엉 울다 몸부림치는 장면을 찍을 때 그랬어요. 촬영이 끝났는데도 도무지 눈물이 그치질 않아서 얼마나 더 울었는지 몰라요. ‘써니’의 욕 장면도 비슷했어요. 나중에 영화를 보니 팔다리 뒤트는 게 어찌나 기괴하던지….”(웃음)



 그는 스스로를 ‘연예인’보다는 ‘배우’로 바라보길 원하는 듯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주인공 얼굴은 아니”라고 스스럼없이 말한 이유도 그래서일까. “‘주인공 얼굴’은 ‘써니’에서 같이 한 효린이 언니(민효린)나 소라 언니(강소라)죠. 전 화장도 잘 못하고 이쁜 옷도 별로 없어요. 반면에 연기엔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저만의 색깔을 가진, 제대로 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언니처럼 연기하고 싶다’며 꿈을 키우는 걸 보면 정말 뿌듯해요.”



 지난해 말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피츠버그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고등학교에 다닌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감정이 메말라버려서 자청한” 타향살이다. 제일 좋은 건 “한국에 있었으면 신경썼을 일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저보다 인기 많은 아이돌 부러워할 일도, 얼굴 부었나 거울 보며 악플(악성댓글) 달릴까 걱정할 일도 없으니까요. 대신 어떻게 하면 무조건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던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연기를 오래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해요. 그게 정말 좋아요.”



 글=기선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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