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석철은 지금 제주서 도시모델 실험 중

중앙일보 2011.05.06 00:32 종합 27면 지면보기






건축가 김석철씨는 2002년 암 선고를 받은 후 암의 재발과 심근경색 등으로 큰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 3년 전부터 체력을 회복한 그는 최근 제주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과학박물관과 서울 미아동 성신여대 제2 캠퍼스를 설계했다. 투병을 통해 그는 “삶도, 건축도 내가 남과 하나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암은 앎이다.”



 암과 싸우며 남들이 헤아리지 못할 고통을 겪었겠지만, 건축가 김석철(67·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장·명지대 석좌교수)씨는 의연하게 버틴 듯했다. 2002년 위를 잘라내는 16시간의 큰 수술을 마치고 쉴 때도 경복궁과 창덕궁 벤치에 앉아 녹음기를 들고 책에 쓸 내용을 목소리로 풀어냈다고 했다. 연이어진 위와 식도 절제 수술…. 그는 다시 일어나 일하고 있었다. 최근 완공된 제주도 다빈치 뮤지엄(레오나르도 다 빈치 과학박물관)과 서울 미아동 성신여대 제2 캠퍼스가 그의 근작이다. 특히 다 빈치 뮤지엄은 ‘힐링파크’ 프로젝트(휘현산업개발·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다)의 시작이라고 했다. 서울 북촌에 자리한 아키반 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힐링파크’가 무엇인가.



 “서귀포시 상천리 13만2000㎡(약 4만 평)의 부지에 박물관과 야외음악당, 주택과 호텔을 함께 짓는 것이다. 이중 4월에 개관한 다빈치 뮤지엄이 가장 먼저 완공된 것이고, 음악당은 가을에 마무리된다. 내가 제안하는 21세기형 도시의 작은 모델이다.”



 -도시 모델이라는 뜻은.



 “2002년 뉴욕에서 암 선고를 받기 전까지 뉴욕, 베니스, 베이징 등의 도시를 차례로 옮겨다니며 21세기 도시 모델을 연구했다. 내 결론은 ‘산상형 수상도시’였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접근성에서도 큰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한반도의 주변 국가 6억 인구가 1시간 반 이내에 갈 수 있다. 이 가치를 활용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산상형 수상도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해안을 비워두고 산 위에 주거·문화시설을 짓는 거다. 해외의 유명한 해변 도시들은 바닷가를 비워놓고 도시는 산 위에 만든다. 얼마 전 진도에 설계 의뢰를 받고 내려갔는데, 바닷가에 건물 몇 채가 들어서 벌써 흉물이 돼 있었다. 해안을 망가뜨리면 미래는 없다. 도시 경쟁력을 위해서는 해안을 살려내야 한다. 힐링파크가 그 모델이 되어줄 것이다.”









건축가 김석철씨가 설계해 지난 4월 개관한 다 빈치 뮤지엄. [사진작가 최재영]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



 “제주도가 내게는 그런 곳이다. 200번도 넘게 가봤다. 자연과 문화를 융합시킬 수 있는 곳이란 점에서도 특별하다. 완공되면 나도 그곳에서 살 계획이다. 그리고 내가 설계한 것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 될 것이다.”



 -서울시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4대문 안은 역사성을 잘 보존하고 ‘한국의 대표 얼굴’로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든 ‘대한민국 대표다’라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을 재조직하고,폭이 넓은 한강을 더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



 -대표작인 예술의전당을 스스로 재평가한다면.



 “도심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건축가 뿐이다(웃음). 내 딸이 그러하듯 아이들 데리고 공원처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군림하듯 서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성곽처럼 지었기 때문에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었다.”



 -젊은 건축가에게 조언한다면.



 “허영을 경계하고, 건축의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인터뷰 말미에 김씨는 “나이들 수록 내가 남과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며 건축의 본질 역시 “공동체의 일부라는 것에 있다”고 덧붙였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 김석철(67· 교수)=경기고·서울대 건축과 졸업. 김중업·김수근 선생 사사. 뉴욕 컬럼비아 건축대학원, 베이징 칭화대·충칭대 초빙교수. 주요작품으로 예술의전당,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해인사 신불교단지, 제주영화박물관, 한샘 시화공장, 비원스튜디오, SBS탄현스튜디오, 시네시티. 저서로 『여의도에서 사대강으로』『20세기 건축』『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 세계건축기행』 『Milano Design City』 등.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