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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친환경 디젤차, 한국서만 ‘미운 오리새끼’

중앙일보 2011.05.06 00:29 경제 8면 지면보기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프랑스나 독일에서 폴크스바겐 골프 1.6 TDI 블루모션을 사면 정부가 친환경 자동차에 주는 보조금으로 최대 1000유로(약 150만원)를 받는다. 이 차의 연비가 21.9㎞/L(한국 기준)로 뛰어나서다. 반면에 한국에서 이 차를 사면 단 한 푼의 보조금도 없다. 이 차보다 연비가 떨어지는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연비 21㎞/L)를 사면 오히려 정부 보조금이 최대 340만원이나 된다.



 한국에서는 일반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친환경차 보조금이 하이브리드차뿐이다. 업계에서는 국산 승용차 가운데는 아직까지 친환경 디젤차가 없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보조금 정책만 따져보면 친환경 디젤차가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셈이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보면 어떤 게 정답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연비 좋은 차를 찾는 소비자들에겐 친환경 디젤이 하이브리드차보다 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친환경 디젤은 고속도로 주행에서 하이브리드차보다 연비가 20% 이상 더 나온다. 친환경 자동차에 관한 한 소비자가 정부를 훨씬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유럽 자동차업계는 한국 정부가 친환경 디젤차가 없는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차별적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계기로 보조금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유럽 자동차업계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국내에서 시판하는 연비 좋은 차 ‘베스트10’에 처음으로 경차가 탈락했다는 본지 보도(5월 4일자 E4면) 이후 경차 대신 친환경 디젤차에 보조금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비 베스트10에는 하이브리드 6대, 친환경 디젤이 4대였다. 이제 ‘연비 좋은 차=경차’는 옛말이 됐다.



 이 기회에 연비가 좋은 경차 보급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생겨난 취득·등록세 전액 면제도 재검토해야 한다. 배기량 1000㏄에 달하는 국내 경차 규격은 해외에서는 소형차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규격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이런 세금 면제를 노려 차체를 최대한 크게 만드는 바람에 연비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형평성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내외에서 필요 없는 오해를 사지 않는다.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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