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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골프 비빔밥’ (15) 천연 잔디와 인조 잔디, 아주 다른 손맛 차이

중앙일보 2011.05.06 00:18 경제 23면 지면보기








“연습장에서는 잘 맞는데 필드에만 나가면 잘 맞지 않는다.”



아마추어 골퍼들로부터 이런 호소를 참 많이 들었다. 소위 연습장 프로 혹은 닭장 프로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비명이다. 연습과 실전의 차이야 이미 알고 있는 바이고, 또 연습장의 환경과 실전의 긴장된 상황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 연습과 실전의 많은 차이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천연 잔디 위에서 공을 치는 것과 타석용 매트에서 치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인조 잔디 매트는 아무리 발전해도 천연 잔디 느낌을 대체할 수 없다. 타격의 충격을 줄이려고 고무 매트 위에 잔디 모양의 매트를 깔아놓기는 했지만 뒤땅을 때리거나, 나름대로 굿샷으로 디벗을 움푹 파는 스윙을 했을 때 손과 팔꿈치로 전달되어오는 충격이 영 꺼름칙하다. 인조 잔디 매트에서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드라이버나 우드샷은 웬만큼 연습이 되는데 아이언은 아무래도 볼을 걷어내는 스윙이 되기 쉽다. 찍는 느낌을 유지하면서 아이언샷을 하다 보면 당연히 팔꿈치 부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연습 시설의 태생적 한계이면서 대한민국에서 골프를 하는 사람들의 불행이다.



마음골프학교에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물어본다. ‘아이언을 잘 살펴보면 어떤 도구와 닮았나?’ 도끼? 망치? 호미? 별별 대답이 다 나온다. 내 생각에 정답은 쟁기다. 땅을 갈아엎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지는 않도록 만들어진 도구, 그게 바로 아이언이다. 땅을 잘 파라고 만들어진 클럽이 아이언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그 도구로 땅을 파지 못하니까 아이언이 너무 어려워지는 것이다. 땅을 파지 못하고 걷어내기 스윙을 하는 사람들의 클럽을 보면 ‘스위트 스폿’이 닳아야 하는데 클럽의 밑부분, 즉 쟁기의 날에 해당하는 부분만 새까맣게 닳아 있다. 아이언샷을 ‘면’이 아니라 ‘날’로 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은 라켓의 면으로 공을 치고 있는데 ‘날’로 탁구를 하는 그림을 한번 상상해 보시라. 얼마나 황당하고 어려울까. 그렇게 어렵사리 친 공의 결과 또한 신통치 않다. 스핀의 양이 충분치 않아서 그린에 공이 떨어져도 런이 많다.



천연 잔디에서 공을 치는 것과 인조 잔디 매트에서 공을 치는 것의 또 하나의 결정적 차이는 무게감의 차이다. 매트에서 치는 것은 공만 치게 되지만 천연 잔디에서 치면 잔디도 함께 치게 된다. 주로 매트에서 연습을 하던 사람이 필드에 나가 공을 칠 때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클럽이 땅을 터치하면서 느끼는 연습장과의 다른 무게감에 덜컥 스윙을 멈추게 된다. 연습장에서는 미끄러지듯 피니시까지 가던 스윙이 필드만 가면 중간에 뚝 끊겨버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어색함 탓이다. 인조 잔디 매트는 샷에 대한 허용 오차범위가 크다. 약간 뒤땅을 쳐도 웬만큼 날아가 준다. 그런데 천연 잔디는 다르다. 잘 맞았을 때 디벗과 함께 날아가는 공의 상쾌한 소리와 손에 전해져 오는 느낌은 도저히 인공의 것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맛이다. 아이언샷 연습은 그래서 천연 잔디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서 연습을 할 수 있는가? 수도권의 한 연습장에서는 연습공 60개를 주면서 3만원을 받는다. 그렇게라도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반갑기는 하지만 가격이 만만찮다. 마음골프학교는 충북 진천에 캠퍼스를 오픈하면서 천연 잔디 타석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실험적인 시도들을 진행하고 있다. ‘핸디는 잔디 밑에 숨어 있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골프계와 연습장 전체가 고민을 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다.



김헌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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