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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랭킹 1위’ 스윙 순간에 몸싸움 벌이며 찰칵찰칵 …

중앙일보 2011.05.06 00:17 경제 22면 지면보기



‘발렌타인 챔피언십’서 드러난 한국 갤러리의 상식밖 관전태도



[일러스트=강일구]





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골프 강국이다. 최나연(SK텔레콤)과 안선주는 지난해 미국 LPGA투어와 일본 JLPGA투어에서 상금왕에 올랐고 김경태(신한금융)는 일본남자프로무대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상금왕에 등극했다. 2009년 양용은(KB금융)은 동양인으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한국의 골프 위상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인 톱 랭커들이 국내 대회에 참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1일 끝난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는 세계랭킹 1위인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를 포함해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어니 엘스(남아공), 이언 폴터(잉글랜드), 더스틴 존슨(미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세계랭킹 1위가 한국 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세계적인 골프 스타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기 위해 많은 갤러리가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한국의 골프 관람 문화는 선수들의 실력에 비해 크게 못 미쳤다. 선수들의 실력은 ‘일류’인데 갤러리의 관전 태도는 ‘삼류’라는 말도 나왔다. 갤러리의 관전 태도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례 1  IT 강국 코리아, 필드에선 후진국



IT강국답게 이번 대회엔 스마트폰은 물론 아이패드·갤럭시탭 등 스마트 기기를 들고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이 필드에서 제각기 스마트 기기를 꺼내 들고 세계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어드레스 자세를 취할 때는 물론 백스윙을 할 때도 이들의 카메라는 선수를 향했다. 선수들에 대한 배려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조금이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몸싸움까지 불사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찰칵’ 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최고의 집중력을 요하는 순간 터져 나온 카메라 셔터 소리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건 물론 리듬과 템포까지 빼앗는다. 웨스트우드, 히메네즈, 폴터 등은 경기 도중 사진을 찍는 갤러리로 인해 여러 차례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오죽하면 웨스트우드는 “무작정 갤러리를 탓하기보다는 카메라 사용에 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누군가 교육을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는 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마지막 날엔 오히려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례 2  내 발로 내가 걸어간다는데 누가 뭐



대회기간 내내 골프장에선 휴대전화 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갤러리는 휴대전화 벨 소리를 진동으로 전환하고 통화도 자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들은 경기에는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여 선수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선수가 티잉 그라운드에서 다음 샷을 준비하고 있는데도 뒤에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갤러리도 많았다.



심지어 선수들이 그린 위에서 퍼팅을 준비하고 있는데도 일부 갤러리는 다음 홀로 이동하기 위해 종종걸음을 했다. 선수들이 셋업에 들어가면 그 자리에 멈춰서야 하는 건 기본이다. 다음 홀로 빨리 이동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선수 3명이 플레이를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상식이다. 특히 경기 운영요원들이 ‘조용히’라는 팻말을 들었다면 대화를 자제하고 제자리에서 멈춰야 한다. 어떤 갤러리는 아무 때나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그린에서 홀아웃한 뒤 다음 홀로 이동하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례 3  경기 운영요원도 교육 필요



골프장에서 갤러리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경기 운영요원들의 비상식적인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대회 때마다 주최 측은 원활한 경기운영을 위해 수 백명의 아르바이트 학생을 고용하는데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골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코스에서 효율적인 갤러리 통제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난해 KLPGA투어 대우증권 클래식 마지막 날엔 우승 경쟁을 벌이던 서희경(하이트)이 백스윙하는 순간 바로 앞에 서 있던 경기 진행요원이 움직이는 바람에 미스 샷이 나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도 경기 진행요원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심하게 울려 선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일부 경기 진행요원들은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통제로 곳곳에서 갤러리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 갤러리에게 최적의 동선을 제공하기 위해 선수들의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코스를 가로지를 수 있도록 허용한다. J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갤러리의 볼 권리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최고의 샷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며 “국내 골프팬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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