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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데이비슨 타는 13인의 레이디, “그 순간엔 세상 모든 걱정 잊어요”

중앙일보 2011.05.06 00:15 종합 30면 지면보기



LOH 하루 투어 동행취재



할리데이비슨을 통해 ‘자유와 인생의 활력을 얻었다’고 말하는 여성 라이더들. 왼쪽부터 최선주(33)·김해숙(33)·김윤정(37·회장)·배영순(50)씨.





“아이 대학 보내고, 공무원 남편 뒷바라지하다 내 인생은 다 갔어요. 50줄에 들어선 순간 ‘내 인생은 뭐야’ 하는 허탈감이 몰려오더군요. 그때 친구의 권유로 모터사이클를 알게 됐어요. ‘부릉’ 시동을 걸고 바람을 쐬면 날아갈 것 같아요.”



 지난달부터 모터사이클 2종 소형면허를 따 할리데이비슨(이하 할리)을 타기 시작한 주부 배영순(50·서울 대치동)씨의 말이다.



 “모터사이클는 남자의 전유물인가. 우리라고 왜 못 해. 여성들이여, 활기찬 일상을 위해 엔진에 시동을 걸어라”라고 외치는 할리 여성 라이더 모임인 ‘레이디스 오브 할리(LOH)’와 동행 취재를 했다.



 지난달 28일 LOH 회원 13명은 서울 강남에 집합해 경기도 양평까지 하루 투어를 떠났다. 5월은 미국 할리데이비슨 본사가 지정한 ‘여성 라이더의 달’이다.



 13명의 라이더들은 저마다 가죽조끼·가죽부츠 그리고 ‘반다나’로 불리는 두건으로 멋을 냈다. 손에는 헬멧과 가죽장갑을 들고 있다. 나이는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지만, 모두가 주부다. 이들은 한결같이 “모터사이클를 타면 자식이나 돈 걱정 모두 잊고 새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모임 회장인 김윤정(37)씨는 경력 6년의 베테랑이다. 핸들을 높인 ‘다이나 스트리트 밥’을 탄다. 그는 모터사이클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남편이 기어이 타도록 압박(?)해 지난해부터 남편과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청소년 때 체조선수를 했던 그는 “모터사이클를 탈 때 머리카락에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최고”라고 말했다.



 50세에 모터사이클을 시작한 배영순씨는 이 모임의 최고령자다. 왕초보인 그는 “할리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경력 4년의 김해숙(33)씨는 무게가 300㎏이나 되는 ‘팻보이 스페셜’을 탄다. 팻보이 오리지널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타서 유명해진 모델이다. 그는 모터사이클를 타다가 정비소에서 할리를 타던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했다.



 “모터사이클을 선택할 때는 디자인보다는 몸에 맞는 것을 구입하는 게 중요해요. 내가 핸들링 할 수 있는 것이죠. 모터사이클이 넘어졌을 때 그것을 일으킬 수 있는 요령도 배워야 해요. 여성 라이더라고 해서 항상 ‘꽃’이 될 수는 없어요. 그러면 평생 남에게 의존하면서 타야 되거든요” 김씨가 터득한 요령이다.



 자전거도 못 타고 운전면허증도 없던 최선주(33)씨는 지난해 할리 모델 가운데 가장 아담한 ‘스포스터 883’의 오너가 됐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남편에게 늘 ‘위험하다’며 반대했던 그는 남편 권유로 남편의 모터사이클 뒷자리에 탄 것이 계기가 됐다.



 “모터사이클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과 호흡할 수 있다는 거에요. 사방이 막혀있는 자동차와는 다르지요. 바이크를 타고 쭉 뻗은 도로를 달려 나갈 때 느끼는 기분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런 재미도 중요하지만 역시 안전운행이 최고랍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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