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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그린 위의 패션리더 … 가방·액세서리가 포인트

중앙일보 2011.05.06 00:16 경제 21면 지면보기






온오프의 보스턴백.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말했다. “여성들은, 남성들도 마찬가지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과시하는 방향은 남자와 여자가 약간 다르다. 남성 골퍼는 드라이버를 위해 돈을 쓴다.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한, 가장 멀리 보내는 장비에 투자한다.



여자들은 경기력만큼 모양이 중요하다. 골프 클럽을 고를 때 색깔과 디자인을 따진다. 골프 경력 8년의 회사원 조성애(34)씨는 “남자들은 자신보다 공을 멀리 날리는 친구의 경기력을 참지 못하지만 여자 골퍼는 더 예쁘게 입은 친구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가방과 액세서리가 패션의 핵심이다. 여러 벌을 갖춰야 하는 옷을 일일이 명품으로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방을 통해서라도 명품의 꿈 한 조각을 채운다고 한다. 뉴스위크는 “핸드백은 인생을 더 즐겁게 만들어 주고, 꿈꾸게 해주고, 자신감을 주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잘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고 썼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현대인들은 핸드백에 일종의 집착 같은 게 있다”고 했다.



뜨거운 가방 열풍이 필드에도 불고 있다. 골퍼들은 가방과 신발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성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1 캘러웨이의 캐디백·보스턴백 세트. 2 스릭슨의 캐디백. 한정판의 인기가 높아 네 종류가 출시됐다. 3 테일러메이드의 마스터스 기념 캐디백. 그린 재킷처럼 초록색을 컨셉트로 했다. 4 캘러웨이의 보스턴백. 끈과 버클, 포켓 등을 프린트한 이가방은 롱샴의 핸드백과 분위기가 흡사하다. 5 화려한 퓨마의 골프화.






한번 사면 찢어질 때까지 쓰던 검은색 골프 가방은 이제 패션 아이템으로 변화했다. 캐디백과 보스턴백의 색깔은 점점 화려해지고 소재도 가죽, 나일론, PVC 등으로 다양해졌다. 시장은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캐디백 시장만 3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사회 전반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나만의 무언가를 표출하고 싶다는 욕구가 캐디백 등 골프 가방의 패션 바람이 분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노이지노이지의 캐디백과 보스턴백 세트. 고양이가 그려진 이 제품은 합쳐서 170만원이다.



보수적이던 골프라는 스포츠가 더 이상 무겁지 않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지기 시작한 것도 원인이다. 패션에 신경 쓰는 젊은 연령대에서 골프를 하기 시작한 것도 달라진 점이고, 중년 골퍼들도 젊어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을 적극적으로 발현하고 있다. 프로골퍼들이 요즘 매우 스타일리시해졌는데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를 모방하고 있다.



골프업계는 화려하고 열정적으로 꾸미고 싶어하는 골퍼들의 심리를 반영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푸마 골프의 정원진 마케팅팀장은 “일주일 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가둬뒀던 개성을 필드에서 풀어놓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면서 “게임을 위한 진지한 자세도 좋지만 멋진 옷과 가방으로 치장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경기를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마케팅하는 데 잘 통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명품 브랜드의 전략과 디자인을 채용하는 분위기다. 캘러웨이는 올해 끈과 버클, 포켓, 네임테그를 프린트로 멋을 낸 캐디백, 보스턴백 등 액세서리 5종을 출시하면서 이렇게 자랑했다. “종전 캐디백에는 볼 수 없었던 미니멀하며 시크한 디자인 컨셉트다. 카피하지는 않았지만 명품 브랜드 롱샴의 가방과 분위기는 비슷하다.” 타이틀리스트가 새로 만든 보스턴백은 보테가베네타의 트레이드 마크인 위빙백(가죽을 교차해 엮어 만드는 방식)의 패턴과 흡사하다. 타이틀리스트는 “베낀 것은 아니지만 영감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명품 가방 브랜드의 디자인과 브랜드 전략은 골프가방에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는 “엄청나게 성장한 명품 브랜드들의 궤적을 따라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액세서리에 금이라도 넣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미에코 우에사코가 디자인한 노이지노이지의 캐디백은 120만원이 넘는다. 보스턴백도 50만원이다. 그래도 잘 팔린다. 다른 가방보다 비싸지만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명품 업체들이 그러는 것처럼 골프용품 업체들은 레플리카, 한정판 등을 만들어 골퍼를 유혹하고 있다. 던롭스릭슨의 김혜영 팀장은 “모델마다 100개의 수량을 제한해 판매하는 한정모델일수록 희소성 때문에 더 잘 팔린다”면서 “지난해 두 가지 종류의 한정 모델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네 가지 종류로 늘렸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테일러메이드도 한정 캐디백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마스터스 기념 캐디백인데 대회 로고와 그린 재킷을 연상케 하는 그린 컬러를 사용했다. 다른 사람과 달라보이며 소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이 많이 산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골프용품 업계에서 한정판을 본격적으로 만든 사람은 퍼터 제작자인 스코티 카메론이다. 그는 명품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략을 차용해 타이거 우즈 마스터스 우승 기념 퍼터 등을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골프계의 반 고흐라는 별명도 얻었다. 골프용품 업체에서 한정판이 본격적인 유행이 됐다.



남자들은 캐디백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여성들에겐 보스턴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보스턴백은 클럽하우스에서 들고 다닐 수 있지만 캐디백은 카트에 실어놓기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고, 누구 것인지 구분도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캐디백은 하나라도 보스턴백은 여러 개를 구비해 놓고 있다.











골프화도 다양해지고 있다. 패션 리더로 꼽히는 프로골퍼 이언 폴터(잉글랜드)는 골프화만 300켤레를 가지고 있다. 색상이 매우 강렬해 골프장에서 어색해 보였던 푸마의 골프화는 요즘은 평범해 보일 정도로 많아졌다. 매년 40%씩 성장한다고 한다. 골프화 같지 않은 하이브리드 슈즈 ‘골프 스트리트’로 지난해 히트를 친 에코 골프(사진)는 올해도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출시했다. 기능성을 우선하던 풋조이도 이용자가 직접 색깔을 디자인할 수 있는 마이조이를 내놨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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