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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마리오’ 위기의 유로 제국을 구할까

중앙일보 2011.05.06 00:03 경제 11면 지면보기



새 유럽중앙은행 총재 유력한 마리오 드라기





마리오 드라기(64)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차기 총재가 될 가능성이 80% 이상인 인물이다. 그의 별명은 ‘수퍼 마리오’다. 일본 닌텐도가 만든 비디오게임의 주인공(수퍼 마리오)과 이름이 같아서다. 게임 속 마리오는 위기에 빠진 공주를 구하는 인물이다. 드라기도 위기를 맞은 ‘유로 제국’을 구할 수 있을까. 드라기가 유로 제국을 구하기 위해선 올 10월 장클로드 트리셰(69) 현 총재에 이어 ECB 수장이 돼야 한다. 유로 사용권(유로존)의 두 기둥인 독일과 프랑스의 지지를 받는 일이 필수조건이다. 현재 프랑스 지지표는 손에 넣었다. 독일의 인정만 남았다.





독일은 자타가 인정하는 유로존 맹주다. 독일 사람들은 자신들이 유로(euro)화의 지킴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눈에 유로화는 마르크화의 연장일 뿐이다. 유로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양질의 통화 가운데 하나인 마르크화의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도 이를 일부 인정했다. ECB가 유럽연합(EU)의 핵심 기관이 모여 있는 벨기에 뷔르셀이 아닌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설치된 까닭이다.



 독일인들은 한술 더 뜬다. 자국 출신이 ECB 총재가 돼야 유로화 가치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다. 초대와 2대 총재를 네덜란드와 프랑스 출신이 맡았으니 “이제는 독일 출신이 맡을 때가 됐다”고 목청을 돋웠다. 그들은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총재인 악셀 베버(54)를 강력히 밀었다. 그런데 돌연 베버가 “ECB 총재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베버의 후퇴는 독일인들에겐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드라기가 더욱 탐탁지 않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극우 쪽 타블로이드 신문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인플레이션은 토마토 소스의 파스타를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퍼부었다. 또 독일 사람들은 이탈리아가 재정 위기 후보국 가운데 하나란 점을 지적한다. 이런 이탈리아 출신인 드라기가 ECB 총재가 되면 유로화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독일이 올챙이 시절을 잊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력지인 일메사제로는 최근 칼럼에서 “1920년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어느 나라에서 발생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근대 은행이 처음 탄생한 곳”이라며 “드라기의 능력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드라기는 ‘이력서가 되는 인물’이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8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수제자다. 80년대엔 세계은행(WB) 2인자 역할을 했다. 91년부터 10년 동안엔 조국 재무부의 2인자로 사실상 국가 재정을 관리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재정 파탄의 벼랑에 서 있었다. 그는 성공적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유로화 지킴이로서 충분한 학력과 경력을 갖춘 셈이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파이낸셜 타임스(FT) 유명 칼럼니스트 볼프강 문차우 등이 적극적으로 지지할 만큼 드라기는 건전한 통화가치를 지킬 만큼 ‘보수적’인 인물”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57) 총리는 일단 관망하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 딜을 원한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보도했다. 그는 무엇을 원할까. 현재 드라기가 맡고 있는 유럽금융안정위원장 자리를 원한다. 또 드라기 총재 임기가 끝나면 독일 출신이 ECB를 넘겨받기를 바란다. 슈피겔은 유로존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충분히 거래가 가능한 조건”이라고 보도했다. 드라기가 ECB 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드라기가 ECB 총재가 되면 이전 두 명의 총재와는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 재정위기 일보 직전인 조국 이탈리아를 비롯해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 등을 구제해야 한다. 평소 지론인 유로화 가치 안정만을 주장해선 해결하기 힘든 과제다. 더욱이 이탈리아는 그가 ECB 총재가 되기 전이나 된 뒤에도 골칫거리인 셈이다.



 드라기는 ECB의 초대 총재인 빔 다위센베르흐나 2대 총재인 트리셰만큼 독립적인 지위를 구가하기도 힘들 듯하다. 재정위기 때문에 유로존 남북 갈등이 커지고 있어서다. 영국 FT는 “지금까지 ECB 총재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데 그다지 큰 저항에 시달리지 않았다”며 “하지만 드라기는 아주 격렬한 저항에 시달려 결국엔 독립성이 약해질 것”이라고 최근 내다봤다. 수퍼 마리오가 위기에 빠진 공주(유로존)를 구하는 일이 닌텐도 게임만큼이나 어려운 일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마리오 드라기=1947년 9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다. 사피엔자대학을 마친 뒤 미국으로 유학을 가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MIT 시절 그의 스승은 8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랑코 모딜리아니뿐만이 아니었다. 모딜리아니보다 2년 늦은 87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도 드라기를 아주 아꼈다. 로이터통신은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아주 겸손하게 행동해 정치적으로 적이 많지 않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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