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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사관 교과서 전교조 탓 이제 그만”

중앙일보 2011.05.05 01:50 종합 2면 지면보기
한국사 교육의 ‘제자리 잡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 고교에서 실종 위기에 처했던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부활한 데 이어 교과서 내용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보수 우파 일각 게으름도 큰 원인

 대학에서도 한국사 강좌가 강화된다. 중앙대가 내년부터 한국사를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영길(한동대 총장) 회장은 “대학에서도 국사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 간 협력을 권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 우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부탁한 한 역사학자는 “한국사 교육이 왜곡된 것은 자학적 사관을 가진 일부 전교조 교사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 보수 우파의 게으름과 문제의식 부족 탓도 크다”고 말했다. 보수 우파가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냈는가 하는 지적이다. ‘한국사 필수’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일부 보수 인사는 국사가 최근 필수과목으로 부활하자 ‘전교조 좌편향’ 논리만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한국사 저술과 관련한 ‘보수의 게으름’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단 학자들은 우리 현대사를 연구하지 않았다.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강단 학자들이 방치한 현대사 연구를 대한민국 비판세력이 독점해 편향적으로 해석한 게 이른바 ‘해전사(解前史·해방전후사의 인식)’ 같은 책”이라고 했다. 79년 첫 권이 나온 ‘해전사’는 80년대 대학 운동권의 교재였다. 좌파·민족주의 역사관에 기초해 쓰였다.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국가라는 인식이 문제”라고 했다.



 ‘보수의 태만’은 변화를 보지 못하는 데 있다. ‘해전사’가 역사 교과서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0년 전의 ‘해전사’가 현재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용어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올해 새로 출간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 총 6종을 보면 ‘해전사’와 같은 지나친 좌편향 서술은 줄었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건국과 분단, 6·25전쟁 등에 대한 공정하지 못한 서술이 큰 문제로 지목된다.



 국사편찬위원회 이태진 위원장은 “교과서는 자기 나라 역사 중심으로 써야 하는데, 지금 교과서는 북한 관련 내용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도 “ 새 교과서에서 지나친 좌편향적 서술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지만 대한민국에는 불공정하고 북한에는 우호적인 서술이 그대로인 점이 문제다. 한반도 분단이 이승만 박사의 책임인 것처럼 서술되고 있는 반면 스탈린의 지시에 따라 우리보다 먼저 단독정부 수립에 착수한 북한에 대해서는 별로 지적이 없다”고 분석했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은 교과서, 진화하고 있는 우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현주소다. 이 교과서를 더 잘 진화시키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고교 한국사 필수’는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함께 풀어 가는 출발점이다. 올 1월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91%가 ‘한국사 필수’에 찬성한 것은 그런 문제의식에 공감하기 때문이었다.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교과서 문제를 논의하는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위원장 이배용)가 2월 15일 발족했다. 국사편찬위원회도 교과서 검정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새 교과서 프로젝트는 2013년 배포를 목표로 가동 중이다. 허동현 경희대 교수는 “교과서는 우리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건강한 시민층이 좋은 국사 교과서 만드는 일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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