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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심이반 심각” 위기감 … 기업인 MB ‘을의 기억’도 한몫

중앙일보 2011.05.05 01:45 종합 4면 지면보기
금융감독원을 전격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20여 분간 말을 하면서 인사치레나 격려성 발언은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금감원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지적하면서 질책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08년 3월 어린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일산경찰서를 찾아가 관계자들을 질타했을 때보다 더 격앙된 모습이었다”는 말이 청와대 관계자 입에서 나올 정도였다.


이 대통령의 분노 왜

 이 대통령이 금감원을 찾아 분노를 표출한 까닭에 대해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금감원의 부실 감독 문제에 대해 보고를 받고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사연을 들어보니 눈물겹더라”며 “이참에 잘못한 사람들을 모두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고, 청와대 내부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저축은행 비리에 금감원 사람도 연루돼 있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 정말 분노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어젠다로 제시한 ‘친서민·공정사회’ 기조가 이번 저축은행 사건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금감원 등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금감원을 전격 방문한 것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힘 있고 ‘빽’ 있는 사람은 돈을 찾고, 한두 푼 모아 저금한 사람은 못 찾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번 사건은 외교장관 딸의 특혜 채용 논란 때보다 더 큰 민심 이반을 불렀다”고 말했다.



 4·27 재·보선 직전에 밝혀진 부산저축은행의 VIP 예금 인출 사건이 여당인 한나라당의 선거 패배의 한 원인이 됐고, 그로 인해 이 대통령 자신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점도 이 대통령의 분노를 자극한 걸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의원은 “당이 선거에서 지자 친이명박계 의원 상당수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졌다’는 등의 얘기를 했고, 이 대통령은 불가피하게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직면하게 됐다”며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데 일조한 셈이 된 금감원을 이 대통령은 그냥 놔두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이참에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총선과 대선이 있는 내년에 한나라당이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건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에서 “감독을 받는 입장에서 보면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 감독을 받는 기관이 감독하는 사람보다 더 대비를 철저히 해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인으로서 정부의 규제나 감독을 받는 ‘을’의 입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이 대통령이 정부 관계자, 즉 ‘갑’에 대해 품고 있던 불만을 표출한 측면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고정애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이명박
(李明博)
[現] 대한민국 대통령(제17대)
194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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