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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빨간 화살표는 열중차렷 같다”

중앙일보 2011.05.05 01:42 종합 6면 지면보기



당정협의서 3색 신호등 제동



박종준 차장(左), 심재철 의장(右)



한나라당이 4일 경찰의 ‘3색 신호등’ 도입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경찰청과 당정협의를 하는 자리에서 도입 계획을 수정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3색 신호등은 ‘좌회전을 금지한다’는 의미의 빨간색 화살표 등을 포함시킨 새 신호체계다. 경찰청은 서울 세종로 사거리 등에서 6월까지 이 신호등을 시범운영 한 뒤 전국적으로 도입할 계획이지만, 운전자들은 “좌회전 금지 때 빨간색 바탕에 이동을 뜻하는 기호가 한꺼번에 나와 혼란스럽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에서 이런 여론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박종준 경찰청 차장에게 “빨간 화살표가 운전자들에게 ‘가야 되느냐 가지 말아야 되느냐’는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잘못된 시범운영은 빨리 그만두라”고 했다. 박 차장은 “기존 4색 신호등은 Y자형 도로에서 정확히 어디로 가라고 하는 지시인지 불명확하고, 좌·우회전 금지를 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노면표지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3색 신호등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신호등 전구 하나가 10만원인데, 4색에서 3색으로 신호등을 바꾸면 연간 16억여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 의장은 “빨간색 화살표 등은 예를 들자면 ‘열중차렷’ 같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군대 제식 동작 중 ‘열중 쉬어’에 ‘차렷’이 뒤섞인 것처럼 혼란스럽다는 뜻이다. 심 의장은 “Y자형 도로에서도 기존 신호등의 화살표를 비스듬하게 그려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고 좌·우회전 금지도 보조표지판으로 안내하고 있지 않느냐”며 현 체계를 다소 보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전등 예산 문제와 관련해 심 의장은 “10만원 아끼려다 1억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 경찰청 주장은 옳은 주장이 아니다”고 했다.



 박 차장은 “3색 신호등은 ‘도로교통에 관한 빈 협약’에 따른 것으로 국제적으로도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고 했으나 심 의장은 “빈 협약을 안 지킨다고 후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 미국도 주(州)마다 신호체계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심 의장은 또 “빈 협약보다 오래된 ISO(국제표준화기구) 규정에서도 빨간색은 서라는 뜻”이라며 “ (도입 계획을) 수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로교통에 관한 빈 협약은 유럽 국가들이 1969년 체결한 것이고, ISO 규정은 46년에 만들어졌다. 심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청은 5월 말까지 전면 도입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인데, 잘못된 것이니 빨리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장은 93년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에 치이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불편하다. 그는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신호등 체계 도입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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