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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국처럼 발전한 나라가… ” 호주 사료회사 CEO의 편지

중앙일보 2011.05.05 01:04 종합 14면 지면보기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3일 호주에서 한 통의 e-메일이 왔다. 첫 문장이 이랬다. “저는 호주 내추럴사의 최고경영자(CEO)입니다.” 내추럴사는 최근 ‘포름알데히드 사료’ 논란에 휩싸인 매일유업에 문제의 사료를 공급했던 회사다. 이 회사의 제프 콕스 사장이 직접 영어 e-메일을 보낸 것이다.



 콕스 사장은 서류 두 개를 첨부했다. 사료는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사료는 호주 연방과학원(CSIRO)에서 개발한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났던 논란에 대해선 “잔인하고 선정적(cruel and sensational)”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국같이 발전한 나라에서 이런 거짓 정보가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과 불안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책임 있는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죄 없는 사람들의 직업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메일은 기자가 호주에서 받은 두 번째 메일이다. 사건 직후엔 내추럴사의 기술 자문을 맡고 있는 호주 시드니대학 연구원이 메일을 보내 “사료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메일이 온 다음 날인 4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조사 결과 시중 4개사의 우유 제품 9종류에서 모두 극미량의 포름알데히드만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출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연생성 범위 이내였다. 두 개의 메일이 주장한 대로 우유의 안전성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내추럴사는 더 이상 매일유업에 사료를 공급하지 않는다. 매일유업은 논란이 일기 직전 해당 사료 사용을 중단했다. 이번 악몽으로 그 회사와 다시 거래를 재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내추럴사도 이를 알고 있었다. 콕스 사장은 “아마도 매일유업이 우리 사료를 다시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장문의 e-메일을 보냈을까. 그는 “사업은 부차적인 문제다. 나는 위기에 직면한 매일유업 직원들이 걱정된다”고 썼다. 실체 없는 파동으로 혹여 기업이 문을 닫을까, 애꿎은 직원이 직장을 잃을까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책임지고 한국에 해명을 하고 싶었던 거다.



 ‘묻지마 식품 파동’은 파장이 크다. 삼양라면 공업용 쇠기름 사건,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쓰레기 만두 사건…. 파동이 있을 때마다 전국이 술렁댔다. 매번 문을 닫은 공장이 나왔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었단 얘기다. 나중에 파동의 실체가 밝혀진대도, 그들의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와 언론이 식품 파동에 대해 호주 사료업체 CEO 못지않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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