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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감원, 퇴직 후 자리만 챙기다니

중앙일보 2011.05.05 00:19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점퍼 차림으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방문했다. 그는 부산저축은행의 총체적 비리를 언급하며 그동안 금감원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이어 “금감원에는 퇴직 몇 년 전부터 나중에 갈 자리를 관리하는 관습이 있다”는 전직 금감원 직원이 자신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황식 총리도 전날 “금융당국 퇴직자가 민간 금융회사에 재취업해오던 관행에 너무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던 측면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리백화점’이 된 저축은행 사태를 들여다보면 제도도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역시 사람이 문제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상황에서는 감독이나 검사·감사·조사라는 말들은 다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뜻한 대로 자리를 챙긴 경우는 그 조직 사람으로서 친정의 창을 막는 방패 역할에만 몰두했다. 부산저축은행 산하 부산2·중앙부산·대전·전주저축은행 등 4개 계열사의 감사도 금감원 출신이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대주주의 잘못을 적발하기는커녕 불법대출에 적극 가담하거나 분식회계를 돕기도 했다.



 여론이 비등하자 금감원이 쇄신책을 내놨다. 신임 권혁세 원장은 이날 대통령에게 “퇴직하는 직원이 금융회사 감사로 재취업하는 것은 물론, 금융회사의 감사 추천 요청이 있는 경우에도 일절 거절하겠다”고 보고했다. 워낙 급해서 부랴부랴 내놓은 느낌도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실천에 옮길지 두고 볼 일이다. 전에도 ‘낙하산’에 대한 비판이 숱하게 있었지만 금감원 측은 “우리 직원만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드물고, 우리가 내려 보내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가 요청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곤 했다.



 한 달 전만 해도 금감원은 그랬다. 이석근 전 부원장보는 3월 말 신한은행 주총에서 감사로 선임됐다. 감사가 됐지만 그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심사를 보류하는 바람에 아직 출근은 못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김종건 전 리스크검사지원국장을 감사로 모셔가기 위해 주총을 두 번이나 열었다. 공직자윤리법상 ‘일정기간’이 지나지 않아 정기 주총에서 선임할 수 없자 그 뒤 임시 주총을 열었던 것이다. 증권업계도 마찬가지다. 대신증권은 지난 2일 신임 감사위원으로 윤석남 전 회계서비스 2국장을 내정했다. 금감원을 나선 지 나흘 만에 새 직장을 구한 것이다. 현재 40개 증권사 중 31개사의 감사가 금감원(옛 증권감독원 포함) 출신이다.



 금감원은 공직자재산등록 대상을 현행 2급에서 4급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전체 직원의 77%가 재산등록 의무를 지게 된다. 내부고발자는 인사 때 우대한다는, 현실성 없는 방침까지 내놓은 걸 보면 급하긴 워낙 급했나 보다. 아닌 게 아니라 금감원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잘못된 관행·제도와 이별해야 한다.



 정부와 청와대는 저축은행 사태로 정부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김종창 전임 금감원장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불러서 들어봐야 한다. 이번 기회에 물러난 기관장에 대해서도 재임 중 잘못을 따져보는 선례를 만들어 공무집행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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