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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린이날 무색한 ‘어린이 행복지수’ 꼴찌

중앙일보 2011.05.05 00:18 종합 34면 지면보기
오늘은 89회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은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기원하는 부모와 어른들의 마음이 깃든 날이다. 소파 방정환이 1923년 5월 첫 번째 어린이날을 제정하며 내놓은 선언문의 요체도 바로 그것이다.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할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 하라’. 어린이들이 맑고 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하자는 숭고한 의미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는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조사 결과는 이런 어린이날의 의미를 무색하게 한다. 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어제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65.98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꼴찌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스페인(113.6점)이나 OECD 평균(100점)과 비교하면 행복도가 형편없이 낮다. 아이들 보기에 미안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바란다면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부모와 어른,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심각하게 살피고 고민해야 한다. 어른의 시각과 잣대로 재단한 ‘성공한 삶’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부터 돌아볼 일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어릴 적부터 각종 스펙을 쌓아야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 내몰려 지쳐가는 아이들 모습은 또 어떤가. 전교조가 어제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초등학생들은 최대 스트레스 요인으로 학원(32%)을 꼽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행복한가’라는 방정환재단 설문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고교생은 고작 11.7%였다.



 어린이날은 우리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부모·어른들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다지고 새기는 날이다. 선물 사주고 나들이 가는 게 능사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게 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에게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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