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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맛없는 맛집

중앙일보 2011.05.05 00:16 종합 35면 지면보기








‘다수는 옳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다수에 묻혀 편안해지려는 욕구와 집단 따돌림을 피하려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객관적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다수의 판단을 맹목적으로 따라간다. 심리학에선 동조(conformity)라고 부른다. 패션 유행(流行)을 설명할 때 곧잘 인용하는 이론이다. 동조 현상은 요즘 TV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이 됐다. TV만 켜면 나오는 게 맛집이다. ‘끝내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손님과 온갖 식재료를 듬뿍듬뿍 넣는 인심 좋은 사장님의 모습은 아주 낯익은 레퍼토리가 됐다. TV 전파를 탄 맛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동호회가 있고, 스마트폰 앱도 등장했다. 다수의 결정을 별생각 없이 좇는 동조 현상이다.



 하지만 TV 속 대박 맛집을 찾아가면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짜 맛집’은 애당초 한정돼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 3사에선 10여 개의 맛집 프로그램이 있다. 한 프로그램에서 한 주에 5개 식당만 소개해도 1년이면 8000개 이상 새로 탄생한다. 지금까지 거쳐간 맛집까지 합치면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그 많은 맛집이 식도락(食道樂) 예찬을 받을 만할까.



 이런 의문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화제다. 전주국제영화제(4월 28일~5월 6일)에서 상영된 ‘트루맛쇼’다. “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 알고 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감독이 직접 식당을 차린 뒤 돈을 매개로 TV프로그램 섭외 과정을 담아냈다. 음식점과 방송국, 협찬 대행사, 외주 제작사, 브로커가 결탁하는 시스템을 고발한다. 일당을 받는 가짜 손님도 있다고 한다.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는 세계 최고의 식당 책자로 꼽힌다. 그 권위는 엄정한 심사와 평가에서 나온다.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한 전담요원이 같은 식당을 1년에 5~6차례 방문해 직접 시식한다. 맛·가격·분위기·서비스를 기초로 식당을 엄선한다. 100년 넘는 전통이 이어져온 비결이다.



 시청자들은 TV 맛집들도 최소한의 여과장치를 거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격 미달의 식당이 맛집으로 둔갑해 방송을 탔다니 허탈하다. 홍보를 빙자해 돈이 오갔다면 조작과 다를 바 없다. 방송국은 옥석(玉石)을 가리는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시청자들이 서서히 열 받고 있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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