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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거나, TV만 보는 아빠는 싫어요 … 놀아주고 함께 여행도 가는 아빠가 좋아요

중앙일보 2011.05.04 03:24 Week& 2면 지면보기
어린이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열려라 공부는 2009년 4월 24일 서울 신용산초 3·5·6학년 학생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아버지에게 얼마나 만족하는지’ 물었더니 80% 이상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늦은 귀가, 술·담배, TV 시청 등이 이유였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난달 22일 같은 학교 같은 학년 학생 181명에게 ‘아버지의 얼굴’을 그려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아빠 그려보라하니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 신용산초등학교 181명 학생에게 ‘아버지의 얼굴’을 그려보게 했다. 학생의 절반 이상이 가정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 [황정옥 기자]







학년 높을수록 부정적 이미지 많아



이번 조사를 함께 진행한 차병원 미술치료클리닉 김선현 교수는 “학생 57%(103명)의 그림에서 아버지상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표현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그린 ‘아버지의 그림’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긍정적 이미지의 그림에서는 표정이 밝거나 색채가 선명하고 묘사가 뛰어났다. 반면 부정적 이미지의 그림은 색채가 약하고 술이나 담배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얼굴이 없거나 신체상이 부적절하게 그려졌다.



6학년 한 남학생은 아버지의 하루 일과를 시간표로 표현했다. 집에 있는 시간에는 혼자 TV를 보거나 잠을 자고, 일하는 모습이었다. 가족과 소통하는 시간은 없었다. 김 교수는 “선이 불규칙하고 산만해 아버지상에 적응을 못 하고 있음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다리가 없는 또 다른 그림에는 아버지를 종이 한가운데에 그렸다. 불안정감과 완고함, 아버지에 대한 부적응을 나타내는 그림이다. 181장의 그림 가운데 아버지 혼자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절반을 넘었다(54%·97명). 김 교수는 “잠자는 모습이 대부분이고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년이 높을수록 아버지의 대해 부정적인 모습이 더 많이 나타났다. 3학년 학생들은 45%(60명 중 27명)가 아버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의 그림을 그렸지만, 6학년은 56%(62명 중 35명)나 됐다. 김 교수는 “고학년이 될수록 아버지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대화가 줄고 아버지를 무섭게 생각하는 등 갈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춘기에 접어든 고학년 자녀를 둔 아버지라면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학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는 어떤 유형의 아버지인가











전문가들은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노력에 앞서 스스로 어떤 아버지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혼났어”라고 말했을 때 보이는 반응에 따라 ‘아버지 유형’을 알 수 있다. “선생님 나빴다. 우리 착한 아들을 혼내다니. 아빠가 선생님 혼내줄까?”라고 대답했다면 ‘허용적인 아버지’다. “혼날 짓을 했으니까 혼났겠지” 또는 “살다 보면 그럴 때도 있는 거야”라는 반응은 ‘방임형 아버지’의 모습이다. “속상했겠구나. 좀 더 자세하게 말해줄래?”라는 대답이 가장 바람직하다.



‘과잉 허용형 아버지’는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해도 무조건 아이 편이다. 아이가 공중도덕을 무시해도 기 죽이기 싫어 지적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과잉 허용으로 훈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어 사회성이 떨어진다. ‘무관심형 아버지’는 아이의 눈에는 아버지와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그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외면한다. 아이가 어떤 음식을 싫어하는지,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관심도 없다. 충분한 관심과 애정 표현이 아이의 정신적 성장에 영양분이 된다는 것을 잘 모른다. ‘회피형 아버지’는 아이는 엄마가 키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교육과 양육에서 아버지 역할을 피하고 훈육은 아예 귀찮아한다. ‘독재·지배형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녀는 아버지 대한 적대감이 쌓여 사춘기에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는 ‘민주적 권위형 아버지’다. 아이와 아빠는 친구처럼 가깝고, 아이의 의견이 잘 반영된다. 그렇다고 아이와 항상 수평적인 관계는 아니다. ‘독재·지배형의 아버지’는 무조건 지시를 내리고 억압하지만 민주적 권위형 아버지는 아이에게 합리적으로 지시를 내린다. 아이 자신의 의견이 존중되듯 아버지의 의견도 존중되고, 위계질서가 있다.



자녀와 스킨십 많아야 좋은 아버지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자녀와의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 아버지는 자녀와의 대화에 능숙하지 않지만 엄마에 비해 몸을 사용하는 놀이에 강하다. 아버지와 놀이 경험은 아이가 사회성을 기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는 아버지가 어떻게 놀아주느냐보다 아버지와 함께했다는 것 자체에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유아나 초등 저학년 자녀는 하루 한 번 1분 정도 업어준다. 이 상태에서 질문을 하면 마음이 편해 대답도 잘한다.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이면 텐트 여행을 권할 만하다. 텐트의 좁은 공간이 수평적인 대화를 쉽게 하도록 만든다. 스킨십이 생겨 자존감이 형성되고, 식사준비 등을 함께함으로써 공동체의식을 갖게 된다.



훈육할 때는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 감정 개입을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훈육을 하면 아이는 아버지의 말을 더 잘 듣는다. 아이가 다치면 엄마는 아이가 다친 것에 공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전후 상황을 파악해 아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면 우선 그것부터 지적한다. 이런 시각은 아이로 하여금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고 강한 아이로 성장하도록 만든다. 칭찬을 할 때도 객관적이어야 한다. 아이는 아버지의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칭찬 때문에 아버지에게 칭찬받길 좋아한다. 아이가 잘했을 때는 결과보다 의도나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버지는 자녀가 ‘작은 어른’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의 사고체계는 어른과 다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아이가 알아서 받아들이겠지’ 하고 착각한다. 예컨대 아이가 엄마에게 야단을 맞아 화가 났을 때 “어서 화를 풀어라”보다는 “네가 지금 화가 나 있는데 어떻게 하면 풀어질까”라고 얘기한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 자체를 억압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도움말=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김영훈 원장, 차병원 미술치료클리닉 김선현 교수,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이보연 소장, 좋은아빠학교 권오진 대표



글=박정현·최석호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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