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하이 추문 이어 상아 밀반입…도마 위에 오른 김성환 리더십

중앙일보 2011.05.04 01:27 종합 10면 지면보기



흔들리는 외교부 개혁



김성환



외교통상부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3일 오전 11시50분. 점심식사 시간이 되자 외교부 직원들이 대거 청사 밖으로 나갔다. 삼삼오오 모여 웃으며 나가던 평소 분위기와 달랐다.



한 외교관은 “잠잠해질 만하면 터지는 사건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전 아프리카 주재 대사 P씨가 코끼리의 멸종 우려에 따라 국제적으로 거래 자체가 금지된 상아를 밀반입한 혐의로 세관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외교부 조병제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직원들에 대한 경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관은 “30년 공직 생활 중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3월 중국 상하이(上海) 총영사관 영사들이 중국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불거져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지 2개월이 채 안 돼서다.



당시 외교부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심기일전해 개혁작업에 힘을 더할 것”이라고 했다. 젊은 외교관들 사이에선 “또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상하이 스캔들’과 자유무역협정(FTA)문 번역 오류에 이어 상아 밀반입이라는 초유의 사건까지 겹치면서 김성환 장관의 리더십도 덩달아 도마에 오르는 분위기다. 김 장관은 지난해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채 파동을 계기로 취임했다. 취임 일성은 개혁이었다. 그는 취임식에서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청산하고 전면적인 쇄신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관의 기강 해이와 도덕적 불감증이 잇따르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직원조례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고위 외교관들이 잇따라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조직 기강과 사기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자책성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수뇌부가 되뇌고 있는 ‘공직기강 확립’이 재외 공관까지 먹혀들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아 밀반입의 경우 P씨의 말대로 현지 공관 직원의 실수가 있었다 하더라도 결과를 놓고 보면 “북한에서나 있을 법한 일”(정부 관계자)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P씨가 근무하던 코트디부아르(Ivory Coast·상아해안)는 지난해 11월 대선 불복종 사태로 내전이 발발한 뒤 지난달에야 사태가 마무리된 위험 지역이다. 귀임 당시(2월)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지난달엔 총격이 오가는 와중에 주 코트디부아르 한국대사관의 젊은 직원들은 6일 밤을 꼬박 새우며 공포에 떨기도 했다.



 AFP 통신은 “한국의 선임 외교관이 상아를 밀반입해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타전했다. 국제적인 가십이 된 셈이다. 관세청은 P 씨를 이번 주에 불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권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