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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관들도 “3색 신호등 빨간 화살표 헷갈린다”

중앙일보 2011.05.04 01:12 종합 18면 지면보기
‘화살표 3색 신호등’을 놓고 경찰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 기자들이 만난 일선 경찰관들은 “솔직히 일반 시민들이 헷갈릴 만하다. 빨간불은 정지하라는 뜻인데 거기에 좌회전 화살표가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좌회전을 하라’는 뜻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 차원에서 실시하는 정책이니 홍보는 하고 있지만 새 신호등에 대한 비판은 이해가 간다”고 밝혔다.


청와대 “여론도 문제 많다는 쪽”
신호등 원상 회복 적극 검토
경찰, 홍보 플래카드 곳곳 설치
전직 경관 “비난받아도 할 말 없어”

 한 전직 경찰간부는 “경찰의 정책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된 적이 없었는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전에는 정부에서 ‘이게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정책’이라고 홍보하면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대다수 국민이 해외에 가 본 경험이 있어 ‘글로벌’이다, ‘선진적’이다 한다고 바로 먹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민을 ‘우물 안 개구리 취급한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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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경찰이 제시한 외국 신호등 사진이 한몫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미국 뉴욕의 맨해튼과 독일 베를린에서 찍은 신호등 사진을 첨부하며 선진국 신호등의 모델인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해당 신호등이 구체적으로 어느 거리에 있는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그 신호등을 찍어 온 것인지, 그 신호등이 해당 국가에서 보편적인 것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화살표 3색 신호등’에 대한 혼선이 계속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진화에 나섰다. 그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 보니 화살표 3색 신호등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상당하다”며 “원상회복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범운영 기간이 다음달까지로 돼 있는데 그 기간도 단축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화살표 3색 신호등’을 홍보하는 플래카드를 서울 시내 곳곳에 내걸었다. 그 가운데는 3색 신호등의 ‘5가지 장점’을 열거한 족자 형태의 배너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제시한 ‘장점’은 장점이 아니거나 부차적·예외적 요소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은 멀리서도, 특히 야간 시간대에 교차로에서 좌회전이 되는지 안 되는지 쉽게 식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숙명여대 유한태(디자인학부) 교수는 “금지를 뜻하는 빨간색과 허용을 의미하는 화살표가 동시에 들어오면 멀든, 가깝든 운전자에게 혼란을 주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비보호 좌회전이 원칙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부분 교차로에서 좌회전이 허용된다. 한국 운전자들은 다음 교차로에서 좌회전이 되는지 안 되는지 마음을 졸일 필요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3색 신호등을 설치하면 신호등 주변에 붙어 있는 보조표지들을 없앨 수 있다고 경찰은 주장한다. 하지만 보조 표지는 3색 신호등과 무관하게 지금 떼어내도 무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컨대 ‘좌회전 차량’ ‘직진 차량’처럼 어느 방면에서 오는 차량이 어느 신호를 봐야 하는지 안내해 놓은 표지는 지금도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이성일(시스템경영공학) 교수는 “신호체계를 바꾸려면 기존 체계에 비해 확실한 개선 효과가 있어야 하고 그 효과가 국민이 겪을 비용과 혼란보다 큰지도 계산해봐야 하는데 경찰이 이를 충분히 분석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성우·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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