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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민참관 재난훈련 … ‘쇼’ 였나

중앙일보 2011.05.04 01:01 종합 20면 지면보기






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물에 빠진 남자가 ‘살려달라’며 허우적거린다. 보트를 타고 등장한 소방대원이 물에 뛰어들어 남자를 구해냈다. “와~” 하는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연막탄이 터지고, 구급차가 달려오고, 폐차를 톱으로 분해할 때마다 박수를 치던 60대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기자에게 질문했다. “이거 무슨 공연이에요. 가수도 나와요?”



 그랬다. 지난 2일 경기도 안성시 도기동 안성천변에서 실시된 ‘2011년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훈련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공연같았다. 공연의 배경은 태풍으로 이 지역에 시간당 200~300㎜의 집중호우가 내려 제방이 붕괴하고 범람하는 상황. 안성천 일대는 지대가 낮아 장마철 상습 범람 구간으로 꼽힌다. 2006년 7월에도 제방이 무너져 6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시민들을 위한 재난 훈련이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훈련 내용 어디에도 응급처치법이나 물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하라는 내용은 없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방방재청이 훈련 며칠 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국민참관단도 없었다. 방재청은 안전훈련을 받고 싶은 국민이 훈련 현장에 참여해 재난대응 요령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난 3월 한 달 동안 시·군·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참관단을 모집했다. 전국에서 2만2000여 명(228개 시·군·구별 약 100명)을 모았다.



 실상은 달랐다. 모두 407명의 국민참여단이 참여했다는 안성시 재난훈련에는 일반 주민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훈련 현장을 내내 지킨 사람은 인근 초등학생 205명과 고교생 15명, 의용소방대원 등 250여 명 정도였다.



 참여가 아닌 보기만 하는 행사라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은 흥미를 잃었다. 대부분 친구와 장난을 치거나 수다를 떨었다. 내여울초등학교 6학년 윤여경(13)양은 “내가 직접 해보지 않으니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 인솔교사는 “교육청에서 행사 참관 공문을 보내서 참석했는데 이건 참관인 위주가 아니라 귀빈석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행사 같다”며 “차라리 비디오를 보는 게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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