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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한국 떠난 스승 크라머 … 제자 서정원을 19년간 지켜보다

중앙일보 2011.05.04 00:37 종합 30면 지면보기



독일에서 재회, 뜨거운 포옹
한국 떠났지만 한국 축구 큰 관심
서정원에 지도자 덕목 가르쳐



지난달 30일 독일을 방문한 서정원(41·왼쪽) 축구대표팀 코치와 올림픽 대표 시절 그를 지도한 디트마르 크라머(86) 전 감독. 두 사람은 19년 만에 크라머 감독의 집에서 만났다. [서정원 코치 제공]





운동 경기의 코치·감독과 선수 사이를 흔히 ‘사제 간’으로 표현한다. 서정원(41) 축구대표팀 코치에게 1992년까지 올림픽 대표팀을 지도한 ‘스승’ 디트마르 크라머(86) 전 감독은 사제 간이라는 말뜻 이상으로 특별한 존재다.



 서 코치는 장차 크라머와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올림픽 대표팀을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에 진출시킨 크라머 감독이 1992년 2월 한국을 떠날 때 김포공항에서 배웅한 지 19년이 지나도록 그를 만나보지 못했다. 유럽 무대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돌아와 지도자가 된 서 코치에게는 크라머의 전화번호도 주소도 없었다.



 서 코치는 지난달 23일(한국시간) 구자철(볼프스부르크)·손흥민(함부르크) 등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을 관찰하기 위해 독일에 갔다. 서 코치는 현지 통역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두루 수소문해 크라머 감독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크라머 감독의 집은 뮌헨에서 남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라이트임빔켈이라는 작은 마을에 있었다. 그를 방문한 날은 지난달 30일이었다.



 마을 입구까지 마중 나온 스승은 서 코치가 차에서 내리자 두 팔을 활짝 벌려 옛 제자를 포옹했다. 1992년 1월 바르셀로나 올림픽 최종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벤치로 달려가 뜨겁게 포옹했던 생각이 났다. 노 감독의 품은 그때처럼 따뜻했다.



 독일 전통의 3층짜리 주택. 1층에는 거실과 부엌이 있었다. 2층은 침실. 3층은 서재였다. 크라머 감독은 서 코치를 3층으로 이끌었다. 그는 “네가 오스트리아에서 프로 생활을 한 것, 지금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다 알고 있다”며 온갖 자료를 꺼냈다. 그리고는 몇 가지 충고를 했다.



 “선수들이 훈련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수들과 어떻게 대화할지 항상 고민해라.”



 크라머 감독은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과 올해 초 아시안컵을 다 봤다. 한국 축구가 세계 수준에 올라왔더라”고 말했다. 노 감독은 잠시도 대화를 쉬지 않았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어둠이 내려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크라머 감독은 “무슨 소리냐. 자고 가라”고 펄쩍 뛰었다. “비행기가 예약돼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결국 “다음에 오면 며칠간 묵고 가겠다”고 몇 번이나 약속한 뒤에야 크라머 감독은 포기했다. 서 코치는 한국에 머물던 시절 크라머 감독이 즐겨 마시던 인삼차를 선물한 다음 차에 올랐다. 스승은 한참 동안이나 떠나는 차를 바라보았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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