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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들 ‘연비 좋은 차’ 명함 못 꺼내겠네

중앙일보 2011.05.04 00:17 경제 4면 지면보기
‘경차=연비 좋은 차’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연비에서 경차를 능가하는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본지가 국내에서 시판하는 승용차(자동변속기 기준)를 대상으로 ‘공인 연비 베스트 10’을 조사한 결과 처음으로 경차가 순위에 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유가 영향으로 연비가 크게 개선된 하이브리드, 친환경 디젤 모델 출시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나온 현대·기아차의 쏘나타·K5 하이브리드(연비 21㎞/L)와 폴크스바겐코리아가 내놓은 ‘제타 1.6 TDI 블루모션’(연비 22.2㎞/L)은 경차 가운데 연비가 가장 좋은 기아 모닝(19㎞/L)을 제쳤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프리우스(29.2㎞/L·사진)는 2009년 10월 출시 이래 20개월째 연비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4위까지 수입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했다. 이어 5∼8위는 폴크스바겐·푸조의 친환경 디젤차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회사는 유럽에서 연비 좋은 디젤 엔진으로 유명하다.



 국산차로는 쏘나타·K5 하이브리드가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동력 계통으로 구분해보면 10위까지 하이브리드 6개, 친환경 디젤 4개로 일반 내연기관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가격을 비교해 보면 하이브리드차는 전기모터·2차전지 등을 달아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20% 정도 비쌌다. 친환경 디젤은 일반 디젤차와 가격 차이가 없었다.














 연비가 뛰어난 이들 차량은 올해 가솔린 가격이 L당 2000원에 육박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프리우스와 골프 1.6 TDI 블루모션, 3008 MCP 모델은 최근 고유가 속에 차량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다.



 이런 친환경차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혼다코리아가 6월께 출시할 CR-Z도 연비가 20㎞/L가 넘어 10위권 진입이 예상된다. 또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도 연비 20㎞/L 수준의 ‘508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eHDi’를 6월 출시한다.



 쏘나타·K5 하이브리드는 현대·기아차의 첫 양산형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엔진을 멈추고 전기 모터로만 짧은 구간을 주행할 수 있도록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일본 도요타와 미국 GM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모터 용량이 작아 차체 무게가 가벼운 게 특징이다. 2.0L 가솔린 엔진에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제타 1.6 TDI 블루모션은 골프의 세단형 모델이다. 정체 구간에서 정지하면 엔진이 자동으로 꺼지고 재출발하면 시동이 걸리는 ‘스톱&고’ 시스템을 달아 연비를 좋게 했다. 또 실내 공간도 넓어져 어른 다섯 명이 탈 수 있다.



 이처럼 친환경 디젤차의 연비가 뛰어난 데도 하이브리드차에만 세제 혜택(최대 310만원)을 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하면 가격에 따라 개별소비세 100만원, 교육세 30만원, 취득세 40만원, 등록세 10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공채를 매입할 때도 약 40만원의 혜택이 주어진다.



 디젤 승용차 보급이 50%가 넘는 유럽에서는 연비가 좋은 친환경 디젤차의 경우 하이브리드차 이상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은 “친환경 디젤이 고속도로뿐 아니라 실제 주행에서 하이브리드차보다 연비가 더 좋은 데도 정부가 하이브리드차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한·EU 자유무역협정 비준에 맞춰 공평한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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