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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영 대장과의 약속 둘 중 하나는 해냈다”

중앙일보 2011.05.04 00:16 종합 33면 지면보기



한국인 5번째로 8000m급 14좌 완등한 김재수 대장 귀국





2009년 7월 11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밧(8125m) 하산 길에 유명을 달리한 고미영씨의 시신 앞에서 김재수(50·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사진) 대장은 다짐했다. “(고미영) 대장의 목표인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모두 등정하는 동시에, 최단 기간에 오르겠다.”



1년 10개월 후 김 대장은 약속 하나를 지켰다. 그는 지난달 26일 안나푸르나(8091m)를 등정, 한국인으로는 엄홍길·박영석·한완용·오은선에 이어 5번째로 14좌를 모두 오른 산악인이 됐다.



 김재수 대장은 3일 귀국 직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고인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이 자리에 있게 했다”며 “앞으로 히말라야 14좌 최단시간 완등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 안나푸르나 등정 순간 심정은.



 “캠프를 떠난 뒤 13시간 이상 걸렸고 눈이 많이 와 힘들었다. 그러나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났고 미안한 감정이 앞섰다. 마음이 울컥해서 발걸음이 멈춰지고 순간적으로 목이 메더라.”



 - 고 고미영씨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했던 이유는.



 “2007년 5월 고미영씨의 에베레스트 원정대 등반 매니저로 첫 인연을 맺은 후 낭가파르밧까지 10개의 고봉을 함께 올랐다. 2년 2개월 동안 함께 하면서 김재수라는 사람을 인정해준 유일한 사람이 고미영씨였다.”



 - 고인의 묘소는 다녀왔나.



 “안나푸르나 원정 출발 때 찾아갔고 서울 일정을 마치면 다시 들를 생각이다. 돌려줄 물건이 하나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선물한 목걸이인데 고인이 항상 목에 걸고 등반했다. 14좌 등정 약속을 지켰기에 가족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 공식 인증을 받지 못한 초오유(8201m) 등정에 대한 솔직한 심정은.



 “1993년에 초오유에 올랐지만 네팔이나 중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두 나라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등정 사진을 갖고 있어 14좌 완등에 대한 부끄러움은 없다. 국경을 무단으로 넘어간 것은 양심에 걸린다.”



 - 올 가을 초오유를 다시 오르는 이유는.



 “등정 인증 때문이 아니다. 2007년 고 고미영 씨와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때 14좌를 다 오르면 함께 초오유를 등반하자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갈 뿐이다.”



 김 대장이 초오유를 오르게 되면 고 고미영씨와 함께 에베레스트에 오른 2007년 5월을 기점으로 계산할 경우 4년여 만에 14좌를 완등하게 된다. 그러면 박영석 대장이 갖고 있는 약 8년 2개월(1993년 5월~2001년 7월)의 최단기간 완등 기록을 4년 가까이 앞당기게 된다.



 - 7대륙 최고봉 중 오세아니아와 남극만을 남겨 놓고 있다.



 “올 겨울 소속사에서 남극 원정 계획을 갖고 있어 최고봉 빈슨 매시프에 오르게 될 것 같다. 오세아니아 최고봉(칼스텐츠)은 기회가 되면 빠른 시간 안에 오르고 싶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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