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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위치정보’ 딜레마 … 꺼놓자니 앱 못 쓰고, 켜놓자니 악용될라

중앙일보 2011.05.04 00:08 경제 2면 지면보기



[스페셜 리포트]
버스 시간 알려주고 주변 맛집 골라주지만
스마트폰 이용자 38% “사생활 침해 우려”







‘빅 브러더’인가 ‘생활의 도우미’인가. 지난달 20일 애플과 구글이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후 국내외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심리적 혼란에 빠져 있다.



애플이나 구글이 사생활을 엿보는 것 같아 찜찜하고, 내 위치정보가 악용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길찾기’ ‘맛집찾기’ 등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들을 외면할 수도 없다. 현재 위치에서 길이나 맛집을 찾아주는 서비스의 편의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혜민 기자



직장인 신은미(여·27·경기도 의왕시)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폰 앱을 사용한다. 오늘 아침에도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서울 버스’ 앱을 이용해 출근했다. 낮에는 ‘맛집 찾기’ 앱으로 점심 먹을 식당을 골랐다. 오후엔 영화관 앱인 ‘CGV’를 사용해 가까운 CGV에서 친구와 함께 볼 영화 예약까지 마쳤다. 하지만 불안감은 떨칠 수가 없다. 그는 “내 정보가 새어나갈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이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3일 미국의 ‘트러스트e 앤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미국 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4명(38%)은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국내외 관련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3일 경찰은 구글코리아와 다음커뮤니케이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이 개인 위치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혐의다. 이에 대해 구글과 다음 측은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않는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개인의 동의를 받아 수집할 뿐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자전거용 애플리케이션 ‘유로드’의 사용자 이동경로 기록 화면. 자신이 다녀온 자전거 코스를 알 수 있다.





 ◆‘위치정보’와 ‘개인정보’는 다르다?=논란의 핵심은 업체들이 수집하는 위치정보가 개인 식별이 가능한 것인지 여부다. 지난달 27일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신기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잘못된 결론(wrong conclusions)을 내렸다”며 “우리는 누구의 위치도 추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저장돼 있던 위치정보는 해당 아이폰 주인의 이동 경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지역에 있던 여러 사람의 위치정보를 종합분석해 놓은 자료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폰에서 10개월가량 위치정보를 저장한 것은 고의가 아니라 프로그램상의 오류(bug)였다”며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위치정보란 해당 스마트폰이 있는 지역의 위도와 경도다. 그 스마트폰의 고유번호인 ‘맥 어드레스(MAC address)’도 같이 전송된다. 맥 어드레스란 스마트폰이나 PC 등 모든 디지털 통신기기에 부여되는 번호다. 16진수 12자리로 표시된다. 위치정보란 이 맥 어드레스가 어느 기지국 반경에 위치하고 있는지다. 애플은 스마트폰의 맥 어드레스를 안다고 해서 기기 소유자의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위치정보만을 전송받는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용 앱 개발자들도 같은 주장을 한다.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아임IN’을 만든 KTH 전성훈 소셜네트워크팀장은 “모든 스마트폰들은 위치정보를 전송하며 앱 서비스업체들은 그에 따라 서비스를 한다. 하지만 해당 스마트폰 고유번호와 그 스마트폰의 소유자 정보를 대응시킬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업체들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위치정보 전송 안하면 앱도 사용 못해=물론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위치정보를 애플이나 구글에 전송하지 않을 수 있다. 아이폰의 경우 ‘설정→일반→위치서비스’에서 위치서비스를 오프(OFF) 상태로 두면 되고, 갤럭시S 등 안드로이드폰은 ‘환경설정→장소 및 보안→무선네트워크사용’을 선택해 무선네트워크 사용을 꺼두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지도 서비스나 SNS 등 위치정보를 활용한 앱을 사용할 때 제한을 받는다. 실제로 갤럭시S에서 무선네트워크를 꺼놓은 채 트위터와 카카오톡에 접속해 보니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앱이 스마트폰의 위치를 찾아 거기에 정보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구동되기 때문이다. 지도서비스 등 스마트폰 앱 70~80%는 위치정보를 활용한다. 위치정보와 상관없어 보이는 앱들도 그렇다. 예를 들어 카메라 앱은 카메라가 촬영된 시간과 장소를 저장한다. 사용자들이 나중에 그 사진을 찍은 장소와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치정보 활용 명확히 해야=논란의 또 다른 핵심은 애플이나 구글이 사용자의 동의를 받았는가다. 애플이나 구글뿐 아니라 개별 앱들은 처음 사용할 때 다양한 방법으로 위치정보 사용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중태 IT문화원장은 “애플이나 구글이 사용자들에게 위치정보를 활용한다는 걸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소비자들이 자신의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밝히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이 커지자 정부는 2일 사업자가 가입자의 정보를 유출한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고 보상 규모를 산정할 수 있도록 피해보상에 관한 지침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스마트폰 시대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성장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PC통신 ‘나우누리’ 창업멤버로 활동했던 임문영 IT 컨설턴트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유하는 정보에 대한 정의와 성격도 달라진다”며 “위치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와 스마트폰을 통해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충돌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시대 도입기에 겪기 마련인 통과의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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