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산 의원들 ‘2% 구하기’

중앙일보 2011.05.02 02:20 종합 1면 지면보기



저축은행 예금주 55만 중 1만 명 위한 법안 제출 … “5000만원 초과도 보상”
예보 기금으로 손실 보상 … 학계 “모럴 해저드” 지적





부산 지역 여야 의원들이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 예금자보호 한도액(5000만원)을 넘는 예금과 후순위채권까지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상해 주자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이미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8개 저축은행에 5000만원이 넘는 돈을 맡긴 예금자는 1만2153명(예금액 8386억원)으로, 전체 고객 55만6575명(9조 9263억원)의 2.18%(예금액 기준 8.5%)다. 부산 의원들이 낸 법안은 결국 공공(公共)자금인 예금보험기금으로 고액 자산가의 투자 손실을 보전해 주자는 것이어서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또는 파산을 당했을 때 한도 이상의 예금을 보상해 준 예는 없었다.



 한나라당 김무성(남을) 원내대표와 민주당 조경태(사하을) 의원 등 부산 의원 18명을 비롯해 모두 21명의 의원이 서명한 이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법 발효 시기를 ‘올해 1월부터’로 소급 적용하는 걸 명시하고 있다. 법안은 예금이 아닌 저축은행 발행 후순위채권에 투자된 돈(1514억)에 대해서도 특례규정을 만들어 2012년 12월 31일까지 전액 보장해 주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안 대표 발의자인 이진복 의원은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금융당국의 정책·감독 실패에 따른 것이므로 8개 저축은행은 물론 앞으로 추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저축은행들도 예금과 후순위채권 전액을 공적자금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나 학계에선 “은행·보험 등 다른 금융기관 고객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을뿐더러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반(反)시장적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익대 전성인(경제학) 교수는 “예금 운용능력이 떨어지는 저축은행에 많은 예금이 몰려드는 건 현행 예금보장 한도도 높기 때문인데 예금 전액을 보장해 준다면 저축은행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이런 전례를 만들면 너도 나도 돈을 싸들고 저축은행으로 갈 것이고, 은행이 망하면 그 돈은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축은행이 높은 이자를 주다가 망해도 모두 정부가 보상한다면 누가 안 가겠느냐”며 “저축은행에 5000만원 넘게 예금했거나 ‘고수익·고위험’ 자산인 후순위채에 투자한 사람들 중에는 고액 자산가도 많을 텐데 그들 돈을 국민이 부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예금보험기금 중 저축은행 계정은 이미 3조원가량 적자인데 저축은행 고객들만 예금 전액을 보호해 준다는 걸 누가 납득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더욱이 후순위채의 투자자 상당수는 경영 책임을 져야 할 대주주로 알려져 있는데 이걸 공공자금으로 보상하자고 하면 국민적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며 “부산 의원들이 지역 민심 때문에 그런 것 같지만 그들의 사정을 봐주자고 금융 시스템의 기본을 흔들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저축은행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과 상의도 하지 않고 법안을 낸 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후순위채권=영리법인이 파산할 경우 변제 우선순위에서 일반 회사채보다 뒤에 있지만 평상시엔 고금리가 보장되는 ‘고수익·고위험’ 채권이다. 저축은행들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 경영상태가 부실해지자 연리 8% 안팎의 고금리를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후순위채권을 대량 발행했다. 



윤창희·정효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