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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민지 “내 꿈은 암보다 강하다”

중앙일보 2011.05.02 01:31 종합 20면 지면보기



투병하며 가수 꿈 이룬 신민지양
“힘이 들어도~난 울지 않아”
100여 명 관객 앞에서 첫 공연



난소암으로 투병 중인 신민지(16·대전 동신고 1)양이 가수 데뷔를 앞두고 곡을 녹음하고 있다.





흰색 실크드레스를 입은 열여섯 살 소녀가 무대에 올랐다. “힘이 들어도~난 울지 않아. 용감한~내가 될 거야~.”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관중 100여 명은 객석이 떠나갈 듯 박수를 보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무대 뒤에는 소녀의 앨범 재킷 사진을 새긴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공연 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떨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소녀.



그러나 사실 이 무대는 소녀의 첫 무대였다. 2년 전 배 속에서 발견된 큰 암 덩어리를 수술로 꺼낸 소녀가 가수로 데뷔한 것이다. 수술 이후 늘 모자만 쓰고 다녔던 소녀는 이날 모자 대신 왼쪽으로 길게 땋아 내린 탐스러운 검은 가발을 썼다.



 난소암으로 투병 중인 신민지(16·대전 동신고 1)양의 특별공연 무대가 지난달 30일 서울 합정동 토마토TV 아르떼홀에서 열렸다.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회복지단체 한국 메이크어위시재단이 매년 4월 29일로 지정한 ‘월드위시데이’와 90주년 어린이날을 기념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민지양은 ‘On my way home’ ‘Forever’ ‘I can fly’ 등 신곡 3곡을 선보였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2년째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투병 생활을 해온 민지양은 이날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이뤘다.



 2009년 10월 민지양은 학교에서 심한 복통을 호소하다 응급실로 실려갔다. 어머니 이정희(39)씨는 “아이가 배가 아프다기에 생리통인 줄 알았는데 초음파 촬영을 하니 난소에서 암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투병 생활이 시작됐다. 큰딸 뒷바라지를 위해 어린이집 교사를 그만뒀다는 이씨는 이날 무대에서 “우리 민지에게 이런 재주가 있는지 엄마는 미처 몰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작곡가 오빠들과 도와준 모든 분들께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대 위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거든요.”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만난 민지양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고 했다. 성기영(40)·이규원(37)·유태환(33)씨 등 작곡가 3명이 한 곡씩을 무료로 선물했고, 그룹 SES의 슈(30·본명 유수영)도 출연료 없이 이날 무대에 섰다. 앨범 재킷 촬영은 가수 박지윤·장나라·비의 앨범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권영호(43)씨가 맡아줬다. 6개월의 공연 준비기간 동안 민지양에게 연습실까지 무료로 제공한 작곡가 성씨는 “전혀 떨지도 않고 무대를 즐기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1980년 미국에서 설립된 메이크어위시재단은 세계 35개국에서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성취 사업을 벌이는 단체다. 한국에서는 2003년부터 1500여 명 규모의 봉사팀이 꾸려져 한 해에 300~350명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민지양의 신곡은 인터넷 음원 사이트인 야후와 벅스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민지양은 “음원 수익금을 통해 나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심새롬·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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