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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알’ 품은 독수리 … 상상임신?

중앙일보 2011.05.02 01:28 종합 22면 지면보기






경기도 파주시 감악산에 위치한 한국조류보호협회의 ‘조류방사장’에서 독수리 암컷 한 마리가 돌멩이를 품고 있다. 암컷이 짝짓기와 비슷한 행동을 한 뒤 돌을 품어 ‘상상임신’인지, 아니면 알을 낳기 위한 준비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익진 기자], [한국조류보호협회 제공]





세계적인 멸종위기 조류인 독수리의 서식지는 몽골이다. 이곳에서만 알을 낳는다. 그런데 한겨울을 나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왔다가 몽골로 돌아가지 못한 독수리 한 쌍이 돌을 알처럼 품고 있어 조류보호협회에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독수리가 상상임신을 한 것인지, 아니면 알을 낳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기 때문이다.



 1일 오후 4시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 감악산 기슭에 있는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보호시설인 ‘조류방사장’. 조류보호협회가 운영하는 가로 28m, 세로 9m, 높이 7m 크기의 철망 안 구석에 암컷 독수리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있는 것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다. 주변에는 길이 50∼80㎝ 크기의 나뭇가지가 원형으로 쌓여 둥지 형태를 띠고 있다. 바로 옆에선 수컷 한 마리가 긴장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다. 철망 안에는 날개나 다리를 다친 독수리 30여 마리가 있지만 유독 이 두 마리만 극도로 예민한 모습이었다.









사진은 독수리가 품고 있는 돌멩이. 암컷 독수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촬영했다. [전익진 기자], [한국조류보호협회 제공]



 잠시 후 주위에 사람이 접근한 것을 눈치챈 암컷이 일어나 둥지를 3m 정도 벗어났다. 독수리는 예민해 사람이 나타나거나, 주변이 시끄러워지면 피하는 습성이 있다. 암컷이 앉아 있던 자리 중앙엔 가로 6㎝, 세로 4㎝, 높이 3㎝ 크기의 돌멩이 한 개가 알처럼 놓여 있다. 다시 조용해지자 암컷은 조심스럽게 둥지로 가 돌멩이를 품었다.



 독수리는 매년 4~9월에는 몽골에 머문다. 그곳에서 4월 무렵에 한 개의 알을 낳는다. 이어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한국으로 2500여 마리가 날아와 겨울을 난다. 대부분 1∼4살짜리 어린 새다. 몽골에는 추위에 강한 5살 이상의 어미 새 4000쌍이 남는다. 한국으로 날아온 어린 독수리 중 절반가량인 1000여 마리가 파주시 장단면 거곡리 민통선 내 장단반도에 머문다. 이 중 다리나 날개를 다친 새를 조류협회에서 구조해 조류방사장에서 보호한다.



 한국조류보호협회 한갑수(58) 파주시지회장은 “돌멩이를 품고 있는 독수리 한 쌍은 날개를 다쳐 10년 전부터 방사장 안에서 보호받는 오갈 곳 없는 조류”라고 말했다.



 이 독수리 한 쌍은 지난달 20일부터 일주일 정도 머리를 맞대고 몸을 비비는 등 짝짓기와 비슷한 행동을 했다. 이어 철망 내에 흩어져 있던 나뭇가지를 물어다 나르기 시작했다. 이를 본 협회 측에서 나뭇가지를 철망 안에 더 넣어줬다. 독수리 한 쌍은 이 나뭇가지를 물어다 직경 1.5m 크기의 둥지를 완성했다. 암컷은 이달 초부터 철망 안에 있던 돌멩이를 물어다 둥지 한가운데에 놓고 자신이 낳은 알인 것처럼 온종일 품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49·조류학 박사) 연구관은 “독수리가 서식지가 아닌 월동지에서 번식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보고된 적이 없다”며 “알을 낳기 위해 미리 연습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사람처럼 착각으로 인한 ‘상상임신’일 가능성도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류협회 한 지회장은 “독수리 한 쌍이 진짜 알을 낳아 품을지도 몰라 지난달 9일부터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고 24시간 둥지를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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