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트로 현장] “9만원 웨딩마치 좋지만 손님 치를 식당이 없어”

중앙일보 2011.05.02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인천시 남동구는 지난해 9월 주민들을 위해 500석 규모의 2층 대강당을 예식홀로 빌려주던 사업을 중단했다. 1994년 새 구청사로 이전하면서 “대강당을 주민에게 개방한다”는 취지로 대관 사업을 시작했고 9만원만 내면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엔 인기를 끌어 모두 1000여 쌍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강당운영관리조례안’를 수정해 더 이상 결혼식장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윤인석 인천 남동구청 총무과장은 “지난 3년 동안 예식장 이용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사무공간도 부족한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예식홀을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예비부부 외면에 문닫는 지자체 예식장

 1990년대 이후 ‘열린 행정’ 바람을 타고 개장했던 지자체 예식장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용객이 없기 때문이다. 1일 본지가 서울·경기·인천지역 40개 지자체의 결혼식장 임대 여부를 조사한 결과 16개 기관만이 사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나마 구청사나 문화회관을 예식장으로 빌려주는 곳도 저조한 이용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는 2009년 4억여원을 들여 시민예식홀을 보수했지만 이용 실적은 지난해 3건, 올해 1건뿐이다. 2009년부터 청사 로비와 잔디밭을 예식장으로 무료 대여하고 있는 경기도2청사(의정부시)와 성남시청도 지난해 이용건수는 각각 12건, 3건에 그쳤다. 올해도 2건, 1건만 예약돼 있는 실정이다.



 웨딩플래너 우혜경(32)씨는 “관공서 예식장은 전문 웨딩홀보다 조명이나 무대 시설이 소박하고 ‘저소득층용’이라는 편견이 있어 이용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결혼행사에 꼭 필요한 폐백실·식당 등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익명을 원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담당직원이라도 예식장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고 결혼식이 대부분 휴일이나 주말에 열려 일할 사람이 없어 식당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7월 결혼을 앞두고 무료 예식장을 알아보고 있는 김지연(33·여·서울시 강동구)씨는 “식장 시설이 괜찮으면 식당이 없고, 아예 식장 자체가 낡아 보이는 곳도 있어 선택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중랑구민회관은 지난해 50~60건의 결혼식을 치렀다. 구 시설관리공단이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촬영, 웨딩드레스 , 메이크업, 폐백실 등을 시중 가격보다 싼 65만원에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어 인기가 높다.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 이탁인 본부장은 “전문 웨딩업체에 시설을 위탁하거나 업무제휴를 하면 지자체 예식장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