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써니

중앙일보 2011.05.02 00:51 종합 29면 지면보기



25년 뒤 만난 여고 왈패들의 한바탕 소동



아줌마가 됐지만 소녀시절 꿈은 그대로다. ‘써니’는 소녀들의 유쾌한 성장담이자 아련한 추억담이다.



‘써니’는 남자배우 투 톱 위주의 최근 한국영화 트렌드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영화다. 여배우 14명이 무더기로 주인공인데다, 1980년대 여고가 배경인 소위 ‘복고영화’여서다. 무엇보다 ‘과속스캔들’(2008년)이 떠오른다. ‘과속스캔들’은 무명감독의 각본에, 톱스타가 없다는 이유로 투자자로부터 외면 당했지만 예상을 뒤엎고 관객 830만 대박을 터뜨렸다. ‘써니’는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3년 전 이변이 재연될지 주목된다.



 ‘써니’는 80년대 여고시절 우정을 나눴던 여고생 7명이 25년이 흐른 후 재회하는 이야기다. 전남 벌교 우등생 나미(청소년 역 심은경·성인 역 유호정)가 서울로 전학 온다. 나미는 화끈한 성격의 리더 춘화(강소라·진희경), 외모 꾸미기에 여념 없는 장미(김민영·고수희), 입만 열었다 하면 욕인 진희(박진주·홍진희), 문학소녀 금옥(남보라·이연경),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미용실집 딸 복희(김보미·김선경), 하이틴잡지 표지모델 수지(민효린·윤정)등과 ‘써니’라는 이름으로 뭉친다. 25년 후 암으로 시한부선고를 받은 춘화를 우연히 만나게 된 나미는 그 시절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써니’는 추억담이다. 대한민국 여성의 표본집단 같은 일곱 여학생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25살 더 먹은 아줌마들의 현실은 공허하거나 남루하다. ‘강남주부’가 된 나미가 겉으론 멀쩡한 편이지만 속은 헛헛하다. 그래서 나미가 흥신소에 부탁해 친구들을 찾는 건 추억을 찾는 행위이고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행위다. 죽음을 앞둔 춘화가 나미에게 하는 “친구들을 찾아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꿈을 찾아줘 고맙다”는 말로 들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단순한 추억담에서 여성연대와 페미니즘으로 나아가려 하는 건 좋은 시도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얘기에 ‘각(角)’을 잡아 웃음을 연발하는 감독의 솜씨는 ‘과속스캔들’과 다르지 않다. 일곱 소녀가 ‘소녀시대’라는 이름의 ‘7공주’와 욕대결을 벌이는 장면, 욕대결에서 나미에게 욕 잘하는 할머니가 빙의(憑依·남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되는 장면, 민주화시위와 소녀들의 싸움을 병치시킨 장면 등에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싶어진다. 추억의 노래는 ‘써니’의 15번째 배우다. 턱 앤 패티의 ‘타임 애프터 타임’, 보니엠의 ‘써니’, ‘작업송’으로 쓰인 리처드 샌더슨의 ‘리얼리티’가 추억여행의 길동무가 돼준다. 옛 친구처럼 흥겹고 따뜻한 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