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노트] “처음 누려보는 평범한 일상 보호받고 싶었다”는 서태지

중앙일보 2011.05.02 00:50 종합 29면 지면보기






강혜란 기자



가수 서태지(본명 정현철·39)와 배우 이지아(본명 김지아·33)의 ‘세기의 소송’이 일단락됐다. 서태지에게 위자료 5억원과 재산분할 50억원을 달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했던 이지아는 4월30일 이를 전격 취하했다.



거의 엇비슷한 시간에 서태지는 소속사인 서태지컴퍼니를 통해 결혼 및 이혼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공식 홈페이지인 서태지닷컴에도 팬들에 대한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문화대통령’의 ‘14년 비밀 사생활’이 밝혀진 지 열흘 만의 일이다.



 서태지가 밝힌 ‘14년의 진실’은 이지아 주장과 다른 대목이 있다. 헤어진 시점이다.



서태지는 “2000년 6월 별거를 시작했고 헤어지는 수순을 밟아 각자의 삶을 살게 됐다”며 “2006년 1월 상대방의 이혼 요청이 있는 후 2006년 6월 12일 상대 측이 단독으로 미국 법정의 이혼 판결을 받으면서 2006년 8월 9일 부부관계가 종결됐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이혼 5년이 경과한 지금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소송은 성립할 수 없다. 반면 이지아는 “2006년 단독으로 이혼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2009년 이혼의 효력이 발효됐다”고 주장했었다.



 시점의 진실은 소송의 성립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팩트(fact)다. 그러나 이지아가 소를 철회함으로써 이 팩트는 무의미한 것이 돼버렸다.



언론이 ‘대중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해야 할 대상의 실체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이지아가 소송을 통해 목적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상상의 영역에 남게 됐다. 톱스타의 숨겨진 아내로서 ‘14년 한풀이’였는지, 이혼할 때 분할 받은 재산에 대한 뒤늦은 계산심리였는지, 그도 저도 아닌 제3의 이유인지가 재판을 통해 알려질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이지아의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 측에 따르면 “이지아가 결혼 및 이혼 소식이 알려진 뒤 지나친 사생활 침해 등으로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서” 소송을 철회하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열흘 간 네티즌은 ‘14년 배신감’을 분풀이하기라도 하듯 폭력적인 ‘신상털기’에 매몰됐다. 이지아 신상을 취합하는 ‘이지아닷컴’에다가 타블로 사태를 연상시키는 ‘서진요’(서태지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까지 등장했다. 일부 언론도 이에 편승했다. 소속사가 수 차례 부인했음에도 확인되지 않은 ‘자녀설’ 등을 퍼날랐다.



 서태지는 결혼 사실을 숨긴 이유에 대해 “은퇴 이후 힘겹게 얻은 최소한의 보금자리와 처음으로 누려보는 평범한 일상을 보호받고 싶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그가 숨겼기 때문에 ‘비범’한 일상이 됐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그가 사실을 알렸을 때 팬들 및 언론의 반응이 어떠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폭력적인 사생활 들추기로 비춰볼 때 신혼 생활을 평범하게 만끽할 수는 없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 대중스타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번번히 미혼이라고 거짓말하고, ‘신비주의’라는 이름으로 최소한의 정보조차 허락하지 않은 행보가 납득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두 사람이 ‘14년’을 밝히고 상호 간에 분쟁을 마침표 찍었으며 팬들에게 사과를 구한 이상, 더는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 톱스타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강혜란 기자



▶서태지·이지아 관련기사 더 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